[Review] 한 가족으로 보는 한국사의 대서사시 - 해방자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삶의 아름다움
글 입력 2024.09.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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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해설 없이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방자들』이 바로 그런 작품이죠.

 

이 소설은 마치 거대한 쓰나미처럼 독자의 마음을 휩쓸며, 결국 해설을 찾아 읽게 만듭니다. 해설을 통해 비로소 이야기의 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며,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끼게 되죠.

 

최근 애플TV에서 방영 중인 <파친코> 시즌2를 보며, 선자를 중심으로 한 그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아프고 외로웠는지를 깊이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해방자들』 역시 인숙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통해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이 작품은 "아무튼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비참하고 암울했던 역사적 순간들이 이민 2세대에 어떤 상흔을 남겼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합니다.

 

디아스포라 문학이라는 낯선 용어로 이 작품을 표현하는데, 이는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분단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된 이들, 생사를 알 수 없는 군부독재 시절의 이름들, 그리고 타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포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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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인숙의 아버지 요한의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인숙을 홀로 키우던 요한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죽임을 당하고, 인숙은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성호와 결혼 후, 후란의 고된 시집살이를 겪으면서도 외로움을 강인하게 이겨내는 모습은 <파친코>의 선자를 떠올리게 했죠.

 

헨리가 태어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인숙은 한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그는 꿋꿋이 살아내요. 헨리가 성장하고 후란이 쇠약해지면서, 인숙은 비로소 기를 펼 수 있게 됩니다.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요. 요한을 고문했던 교도관부터 헨리의 아내 제니까지.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아니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대한 삶으로 그려집니다. 역사의 소용돌이가 얼마나 일상 곳곳을 망가뜨려 놓는지를 생생하게 펼쳐내죠.

 

제목인 『해방자들』은 억압된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그들도 자신의 신념과 고통을 깨고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깨어남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을까요.

 

["바깥세상의 삶이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질수록, 나는 더더욱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갔다. 마치 지금처럼."] (p.125)

 

역사의 소용돌이 끝에 태어난 저는 이들의 삶을 그저 미디어를 통해 접할 뿐입니다. 어쩌면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민간인의 삶, 먹고살기 급급했던 일상적인 이야기가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편할 날이 없는 매 시대 속에서 이겨내고 나아가는 것은 특별한 한둘이 아닌 평범한 여럿이니까요. 우리는 그것을 알고 그저 나아가야 합니다. 내일과 미래를 향해, 거창함보다는 오늘을 잘 살아내기 위해.

 

그래서 이 책은 결국 오늘을 잘 살아내자는 소박한 위로를 전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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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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