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들은 결국 다시 만났을까 - 귀를 기울이면 [영화]

글 입력 2024.09.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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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시즈쿠는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소녀이다. 여름방학, 매번 도서카드에서 먼저 책을 빌려 간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해주러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혼자 탄 고양이를 보게 된다. 신기하게 여긴 시즈쿠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골동품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게 된다. 그 손자는 다름 아닌 아마사와 세이지, 사춘기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시즈쿠는 바이올린 장인을 자신의 장래로 확실히 정한 세이지를 보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 후 이탈리아 연수를 간 세이지가 돌아올 때까지 작가가 되고자 도전해 보기로 하고 소설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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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나에게 재미와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즐겨보는 나에게도, ‘지브리 시리즈’는 가장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미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시리즈이기에, 객관적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아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를 말해본다면 바로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던 시기가 대략 10년 전이었는데, 그때는 그저 두 주인공의 로맨스 서사만을 좋아했었다. 어떻게 보면 지브리의 특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시리즈에서는 작품 속에 사랑이 등장하더라고 이를 명확한 형태로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암시만 남겨놓는 알쏭달쏭한 관계는 아직 어렸던 나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이었고, 그렇기에 명확하게 관계를 정의 내려주는 이 영화를 좋아했었다.

 

물론, 점차 나이를 먹어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변해가면서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다른 이유로 변해갔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귀를 기울이면>을 다시 보면서 작품의 어떤 포인트를 집중하게 되었고, 내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즉, ‘작품을 다시 보기’ 행위를 지속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보석이 되기 전, 거친 원석


  

 

자기 안의 원석을 찾아내서 오랜 시간 다듬어 가는 거란다.

 

- 니시 할아버지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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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난 후 이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 가장 눈에 잘 보인 장면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품의 여주인공인 ‘시즈쿠’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학생을 나온다. 곡의 가사를 바꾸어 친구들과 장난치기도 주위의 모습에 관심을 두는 그 나이대의 중학생 소녀이다.

 

반대로 남주인공인 ‘세이지’는 아직 명확한 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시즈쿠와는 다르게 바이올린을 제작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나온다. 그는 시즈쿠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바이올린 제작을 하고 있었고, 이탈리아에 가서 바이올린 제작에 관해 공부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도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그의 모습은 아직 목표가 없는 시즈쿠의 모습과 비교되어 그녀의 불안감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똑같은 나이임에도 자신과 다르게 옆의 사람은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열등감과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시즈쿠는 세이지를 좋아하기에 그 감정이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가장 최근에 영화를 다시 봤을 때, 과거와 다르게 이러한 그녀의 모습이 가장 눈에 들어왔는데, 아마 최근까지의 나의 모습과 정말 비슷하다고 느꼈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비교적 최근까지 스스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명확하게 생각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갔던 편이었다. 막연히 ‘이렇게 살면 되겠지.’하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주위 친구들은 나와 다르게 명확한 신념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경각심을 가지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이때 당시는 나에게 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다. 그저 단순히 이것저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던 나에게 명확히 하나만을 고르라고 하는 선택의 강요는 정말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꽤 많이 투자해야 했고, 그럼에도 이 길을 가겠다는 확신을 가지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시즈쿠가 내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명확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세이지도 아직 확신이 없는 시즈쿠도 영화에서 모두 보석이 되기 전 원석으로 묘사된다. 원석들이 빛이 날 수 있도록 작품 속 세이지의 할아버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시즈쿠의 첫 글도 할아버지가 먼저 봐주고,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반짝이는 원석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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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할아버지의 골동품 가게에서 그녀가 작사한 노래, 세이지의 바이올린 연주, 할아버지와 친구들의 악기 연주가 모여 하나의 음악회로 만드는 장면은 그녀의 작품이 하나의 예술로 완성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녀가 걷는 길을 응원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준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애정을 쏟은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이 큰 감동으로 작용 되기에 이러한 응원이 보여진 것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은 결국 다시 만났을까


 

시간이 흘러 영화를 다시 보면서 주인공들의 사랑보다 다른 부분에 집중했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로맨스’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작품 속에서 이들은 아직 중학생인 나이지만, 오히려 어린 나이기에 더 아름답고 순수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세이지가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되었기에 이들의 사랑이 쉽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 그런 감정이 들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에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성숙한 시기의 사랑이 아닌, 그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열렬히 부딪힐 수 있는 그 시기만의 풋풋함과 강렬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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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태우고 꼭 이 언덕길을 오르고 싶었어."

"꼭 훌륭한 바이올린 장인이 될 테니까 나랑 결혼해줄래?"

 

- 세이지 대사 中

 

 

영화는 그들이 미래의 결혼을 약속하는 장면에서 끝나기에 이들이 결국 나중에 다시 재회하여 결실을 보게 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이때의 약속을 잊어버릴 수도, 다시 만났더라도 과거와 다른 모습에 결국 헤어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22년에 이들의 뒷이야기를 다룬 실사화 영화 <귀를 기울이면>이 나왔다고 들었지만, 일부로 찾아보지는 않았다. 영화에서 이들이 다시 아름답게 맺어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옛날의 순수했던 그 감정만을 남겨두는 것이 가장 나은 엔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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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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