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단순해서,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미술/전시]

마이욜의 조각으로 보는 아름다움
글 입력 2024.09.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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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르리 정원, 한 여인이 누워있다.

 

해당 작품은 조각가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작품으로, 고전 조각들이 가득한 튈르리 정원 속에서 소수의 근대 조각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꾸미기][크기변환]사본 -L'Air_by_Aristide_Maillol,_Tuileries_garden,_Paris_11_August_2015.jpg

L'air (Aritide Maillol)


 

미술사에서 조각은 늘 회화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19세기와 20세기에는 특히 침체기를 겪었다. 그리고 이 시기를 타파해 조각의 부활을 알린 조각가가 바로 마이욜이었다. 그는 로댕, 부르델과 함께 근대 조각의 3대 아버지로 불리며, 그 명성만큼이나 근대 조각사에 기여한 바가 큰 인물이다.

 

그의 조각은 한 눈에 보기에도 고전적인 조각과는 형태가 다름을 알 수 있다. 로댕이 근대 조각사를 열며 기존의 사실주의적 양식을 타파했지만, 마이욜의 조각은 로댕보다도 더 추상적이고 단순하다.

 

그는 부드러운 선을 사용해 대상을 단순화시켰으며, 이는 마이욜이 형태의 절묘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조각을 보면 인물의 분출하는 감정을 통해 극적인 장면을 포착했다는 감상보다 구조적인 건축물을 보는 것만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서양 미술에서 많이 사용되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신화이다. 조각가들 역시 많은 신화적 인물을 모델 삼아 작업을 하곤 했다.

 

하지만, 마이욜은 신화와 종교를 주제로 삼지 않는 첫 번째 조각가로 평가받는다. 이전 조각가들은 이미 신격화된 인물들을 조각했지만, 마이욜은 그보다 일상생활 속 우리 모두의 신체에 집중한 것이다. 그가 조각한 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한 여인들이었으며 그렇기에 오히려 신비스럽게 보이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신화를 차용하지 않았지만, 마이욜은 고대 그리스의 미학에 크게 매료되었다. 그는 고대 그리스풍의 순수한 미감에 열광하여 그리스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으로의 회귀에 집중한 것이다. 역동적이고, 강하고, 화려하게 조각하기보다는 단순한 심미성에 집중해 고요한 기품을 만들어낸다.

 

 

[꾸미기][크기변환]사본 -Rivière_by_Aristide_Maillol,_Tuileries,_Paris_7_October_2012.jpg

Rivière (Aritide Maillol)

 

[꾸미기][크기변환]사본 -Aristide_Maillol_-_La_Nymphe_-_1930_03.jpg

La nymphe (Aritide Maillol)

 

 

튈르리 정원에 있는 수많은 화려한 조각들 사이에도 마이욜의 조각은 단연 눈에 띄고 기품이 있다. 뽐내려 하지 않고, 기교 부리려 하지 않고 정적인 선을 보여주는 그의 조각들은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은 어쩌면 가장 본원적인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햇빛이 좋은 날, 튈르리 정원에 방문하는 행운이 있다면 마이욜의 조각들을 마주해보길 바란다.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화려하게 무엇인가 덧붙이려는 인간의 이 오래된 욕망에 마이욜이 묻는다.

 

가장 단순해서,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김은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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