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소중한 찰나의 공허한 박제

글 입력 2024.09.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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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휴대폰부터 들고 보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무언가를 제대로 눈에 담기도 전에 휴대폰을 들고, ‘찰칵’.

 

물론 예전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잘 찍지 않았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각자의 앨범 속에 들어 있는 무수히 인화된 사진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요즘 도리어 피사체를 보는 내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사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것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이질감을 품고 있다.


SNS가 발달하면서, 특히 사진을 올리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인스타그램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텍스트보다는 사진으로 말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사진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드라마 <안나>에서 ‘사람들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고 하였던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이제 사람들은 잔뜩 아름답게 포장한 자신을 사진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요즘 유달리 사진부터 찍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단순히 SNS 때문일까? SNS에는 문외한일 것 같은 중년층도 빠짐없이 합류하여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을 잘 사용하지 않는 나조차도 갤러리에 온갖 사진과 동영상이 빼곡히 쌓여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 왜 사진을 찍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서요.’


모든 순간은 그저 찰나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그저 내 기억 속에만 흐릿하게 남을 무언가를 영원히 선명하게 볼 수 있게 간직하는 행위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나의 곁을 떠나갈 타인과 함께하는 순간을 박제하는 것은 그 어느 순간 상실의 고통을 겪을 나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그 소중함을 알기에, 사진에 찍히는 것을 싫어하던 나도 언젠가부터 같이 사진을 찍는 것에 적극적으로 변한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찰나의 순간을 사진보다는 눈에 담는 아날로그적인 행위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카메라 렌즈로 빼곡한 풍경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피사체와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피사체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은 결국 평면적으로 남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는 행위는 오감을 모두 사용할 수 있기에 매우 입체적이다. 순간을 영원히 박제하는 데에 몰두하여 오히려 그 순간을 허무하게 지나치는 것은 안타깝지 않은가.


사진은 분명 과거의 추억을 꺼내보는 데에 더 용이하다. 그러나 사진 없이 순간을 지나치는 것이 아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어떤 소중한 순간은 사진을 찍지 않았음에도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되기도 한다. 추억을 박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가끔은 거기에만 너무 몰두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잠시 휴대폰을 내려두고, 세상을 직접 눈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담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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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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