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길한 이름의 산을 오르다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9.09 11: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XL.jpg

 

 

인생은 종종 산행에 비유된다. 물론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이 복잡한 인생을 완전히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원한 오르막길은 없다는 점, 목표를 위해서는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 등 분명 산행과 인생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거친 산>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산을 오르려는 주인공의 기묘한 여정을 담은 그림책이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산’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촛불이 위에서 아래로 타오르고 비가 땅으로부터 내리는 곳, 그곳에 불길한 이름을 가진 산이 하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독자들이 알 수 있는 정보는 산이 어둡고 섬뜩하며 불길하다는 것뿐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사람들은 산을 오르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한 채 끝내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횡설수설하다가 이내 침묵을 유지한다. 그러나 한 남자가 산 앞으로 다가오며 본격적으로 내용은 전개된다. 독자들은 이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기이한 소문 속에 갇혀 있던 산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예상대로 산을 오르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주인공은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여러 고난을 만난다. 먼저 어둠 속으로 뻗어 있는 길에서 주인공은 어려움을 겪는다.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방황하던 그는 이윽고 빛나기 시작한 불빛과 함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 외에도 건널 수 없는 틈 앞에서 딱정벌레의 도움을 받아 길을 찾거나, 험준한 길을 간신히 오르는 등 주인공은 장애물을 묵묵히 헤쳐 나간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극복해나가며 주인공의 불안은 위안으로, 두려움은 곧 호기심으로 바뀐다. 그는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때로는 산속에서 발견한 독특한 형상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산의 신비로운 풍경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힘든 순간을 인내하는 동시에 이 여정을 즐기고자 하는 태도야말로 주인공이 산을 끝까지 오를 수 있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이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산을 오른다. 그동안 불길하다고 여겨져 왔던 산은 그에게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마침내 산의 정상에 다다른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책의 삽화는 어려움을 버텨낸 그의 당당함과 성취감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모두의 반대를 뒤로한 채, 주인공은 산의 정상에서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이 더욱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보라! 볼 수 있다면....”

 

 

산을 오르기 전까지는 산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경고했지만, 정작 이들이 산의 정상에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떠나는 여정 속에서 가장 큰 방해물은 목표 자체에 대한 의심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나 혹은 자기 자신에 의해 우리는 목표를 의심하고 때로는 두려워한다. 그러나 <거친 산>은 자신이 직접 목표를 쟁취하기 전까지는 의심이나 불안 등의 감정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산에 오른 주인공 앞에는 ‘이제 보이는가?’라고 적힌 푯말이 꽂혀 있다. 그 누구도 그에게 산의 정상을 보여줄 수 없다. 두 발을 직접 내디뎌야 비로소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을 그는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KakaoTalk_20240819_102122397.jpg

 

 

[양진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