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대무용 입문자가 본 몸의 언어 - 서울세계무용축제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 <2122.21222>
글 입력 2024.09.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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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24포스터.jpg

 

 

현대무용 공연을 처음 관람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현대무용은 Sia의 Chandelier 공식 뮤비에 나오는 무용수의 춤 정도였다. 그만큼 현대무용은 직접 접하기 어려운 장르였다.

 

그러던 중 9월 1일(일)부터 9월 14일(토)까지 서울세계무용축제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 올해는 현대무용을 어려워하는 시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대부분을 전체 관람가로 지정하였다고 하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든다고 하였다. 이번 축제로 많은 사람들이 현대무용의 매력을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접근성 있는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시댄스 이종호 예술감독은 "올해는 일반시민들을 현대무용의 세계로 좀 더 가까이 초대하기 위해 난해하지 않으면서 현대무용의 본질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현대무용이 더 이상 어렵고 낯선 예술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는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의 홍보문구에 쉬운 현대무용이라면 나도 관람해 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세계무용축제인 만큼 올해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9개국이 참가하였고, 16건, 21회의 공연을 통해 3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제합작, 해외초청, 국내초청, 기획제작 등 다채로운 라인업이 있을 예정이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는 1998년 제13차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의 세계총회 서울 유치를 계기로 탄생했다. 지난 26년간 외국의 최정상급 단체와 라이징 스타를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의 무용가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다리 역할을 하며 국내 최대 규모와, 최고 수준의 국제무용 페스티벌이다.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 <2122.21222>


 

메인 photo by 윤보람.jpg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은 안무가 배진호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복합 예술 단체다. 동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바라보고, 이를 신체 움직임을 통해 표현한다.

 

배진호 안무가는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과 같이 문화와 국적으로 나뉘어 존재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성과 개인의 내면을 기반으로 하여 독보적인 안무를 구성한다.

 

 

배진호 안무가 프로필 photo by 전의철.jpg

 

 

단체명이 SAL, '살'인 이유도 있었다.

 

우리 육체를 감싸고 있는 '살'에 내재되어 있는 사고와 육체의 유기적 연결을 눈에 보이도록 하는 '해부'의 행위로 안무를 구성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해부'의 행위이다. 물리적인 몸과 추상적인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제시하는 단체다.

 

이번 공연 <2122.21222>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 한다. 육체적 관계에서 무의식의 신체가 보여주는 찰나의 역동성을 통해 자아와 신체 사이의 관계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다.

 

사람은 사회에서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인, 정신적인, 신체적인 다양한 교감을 이룬다.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의 <2122.21222>는 사랑으로 나타나는 신체적인 교감에 대해서 다룬다.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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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아찔했다. 속옷만 입고 있는 한 여자의 하반신이 닫혀있는 무대 커튼 아래로 나와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의 다리는 무언갈 느끼는 듯 자꾸만 베베 꼬고 다리를 쭉 뻗고 이내 다시 오므리고를 반복하며 이리저리 비틀며 움직였다.

 

무대가 시작되자 여자의 다리 옆으로 남자의 다리 다른 여성의 다리들이 나왔다. 키스하는 소리, 쾌감을 느끼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한데 어우러졌고 이윽고 남자 댄서의 성적인 연출이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무대 위에서 마주치게 되니 민망한 면도 있었지만 제 3자의 입장으로 그 행위를 지켜보니 신체적인 교감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커튼이 걷히며 커플들이 짝을 이루어 안무 합을 맞췄다. 세 커플로 남자와 여자,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로 다양한 성별의 커플들이 신체적인 교감을 나눴다. 어떤 성별이든 그들이 나누는 신체적 교감은 진하고 본능적이었다.

 

육체적 교감을 나누던 중 파트너가 다른 사람에게 가서 육체적 교감을 할 때 화를 내며 나가버리는 장면에서는 연인에게서 볼 수 있는 배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안무가들의 몸짓 발짓에서 황홀감, 즐거움, 고통, 허무함 등 신체의 움직임에서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이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인간이 느끼는 사랑에서는 육체적인 교감을 빼놓을 수 없다.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의 <2122.21222>에서 인간의 무의식 속의 본질적 감정을 안무로 마주하고 신체적인 교감이 얼마나 사랑에 많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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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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