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쿨렐레 도전기 - 1

손가락 끝이 단단해짐을 느낀다
글 입력 2024.09.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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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내가 좋아하는 달인 9월이 왔기 때문이고 두 번째, 내 생일이 뒤이어 왔기 때문이다. 사실 생일보다는 9월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생일 당일이 와도 큰 감흥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큰 사랑을 받고 나니 정말 행복했다. 나를 축하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내 사랑을 다시 한 번 더 나누고 싶다.

 

가장 먼저 받은 생일 선물은 우쿨렐레. 살짝 의기양양하면서도 긴장한 듯한 얼굴로 내가 현을 퉁기는 모습을 보던 머리카락이 아주 귀엽고 행복해보였다. 고마워! 나도 너무 행복해.

 

사실 우쿨렐레를 평소에도 좋아했냐라고 물어본다면 글쎄? 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음이 낮은 악기를 선호하고, 그렇기에 우쿨렐레의 발랄한 분위기는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우쿨렐레에 빠져들지.

 

 

 

우쿨렐레 도전기 - 1

: 손가락 끝이 단단해짐을 느낀다.


 

옛날, 어릴 적에 살던 집에는 아주 오래된 피아노가 하나 있었다. 너무 오래돼서 여러 건반엔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고 웅- 하고 울리는 소리가 나는 건반도 있었다. 건반을 누르면 서걱 서걱 하는 차가운 느낌이 들었던, 볼을 대면 아주 시원했던 상아빛 회색 건반의 검은색 피아노. 유년기의 소중한 추억들 속 피아노는 필수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기억에 남은 멜로디로 하나 하나 띄엄 띄엄 건반을 치는 모습을 본 부모님이 날 피아노 학원에 데려가셨고, 그 이후로 드럼, 팬플룻, 오카리나, 하모니카, 비올라까지 굉장히 다양한 악기를 다뤄봤지만 안타깝게도 유난히도 손가락이 통통하고 짧은 나는 악기를 다룰 때 정말 애를 어지간히도 많이 먹었다.

 

그런 내가 우쿨렐레를 받고 나서 든 생각은, '아 이거 될까?' 였다. 손가락이 얄쌍한 기타리스트 또는 베이시스트가 현란하게 또는 묵직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또 못할 건 뭐가 있으랴. 조심스럽게 현을 퉁기자 나는 맑은 소리. 나는 이 소리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기고 만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우쿨렐레에 빠졌다.

 

우쿨렐레는 현이 4개인 현악기다. 기타보다 훨씬 작고 가벼운 만큼 소리도 통통 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손을 훨씬 바쁘게 써야한다.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튜닝을 마치고 유튜브를 보며 연습하기 시작했다. 기본 코드 몇 개를 따라 쳐보는데, 생각보다 소리가 잘 난다. 문제는 왼손에서 눈을 못 뗀다. 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는 불안함 때문에 왼손을 신경쓰느라 소리가 이상하다. 자꾸 소리를 먹는 듯하게 음이 나진다.

 

악기란 원래 한 번에 실력이 늘 수 없는 것. 매일 1시간 씩 연습하기 시작했다. 오른손은 인사를 하듯 손목을 이용해 현을 튕기고 왼손은 바삐 움직여 코드를 잡거나 악보를 연주한다. 어느 순간 왼손끝이 찌릿찌릿해졌다. 살짝 만져보니 굳은살이 배기는지 단단해진다. 그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주로 현을 튕기다 보니 물집이 아주 작게 잡히기 시작했다. 그 기분도 썩 나쁘지 않다. 내 우쿨렐레에서는 갈수록 명확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연습한 곡은 여러 개가 있지만 요즘 푹 빠져 연주하는 곡은 'Take me home Country roads', 'The House of Rising Sun', 'Don't Look Back in Anger'이다. 특히, 서부극의 느낌이 나는 'The House of Rising Sun'의 경우 본래 기타의 현을 한 줄씩 튕겨가며 이어지는 음계의 화음이 아름다운 연주기법을 사용하는데, 현을 한 줄씩 튕기려니 아, 이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명확해지던 소리는 사라지고 현에서 '틱' 하는 소리밖에 안 난다. 한 줄씩 뜯어야 하는 현은 뭉텅이로 잡히고, 이거 완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연습한다.

 

아직 우쿨렐레를 잡은지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재미에 푹 빠진 내게, 굳은살이 좀 더 박히길 바라며, 오늘도 우쿨렐레를 연습할 시간을 기다린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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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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