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재즈를 듣기 –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

글 입력 2024.09.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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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들으며 앉아있자니 감성적이 되는 것 같다. 내친김에 소개팅 썰을 한 번 풀어볼까. 때는 23년 초의 겨울이었다. 당시에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몇 달간 이어진 썸은 점차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상대는 나에게 정을 떼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다. 추위만큼이나 시리고 가슴아픈 겨울이었다.


그 즈음에 소개팅이 들어왔다. 숨쉬듯 소개팅을 해달라고 조르던 동기가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여자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썸녀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그녀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나가든지 말든지, 그걸 왜 자기한테 묻냐고 했다. 당연히 소개팅에는 나가지 않았다. 사실 나갈 생각도 없었다. 조금은 잡아주기를 바라며 우리 사이에 떨어져가는 대화 소재를 하나 더했을 뿐이었다.


얼마 안 가 썸녀는 떠났고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다시 들어온 소개팅. 틈만 나면 소개팅을 해달라던 그 동기는 정말 연애에 진심이었다. 그래, 헛헛한 마음을 달랠 겸 이런 것도 한 번 해봐야지 싶어 대답을 했고 곧이어 단톡방에 초대됐다.


소개팅을 처음 해보려니 어색했고 알아서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겠지 싶어 사진도 받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만남 당일이 되었다. 후회했다. 성격이라도 좀 물어볼 걸 그랬나? 그 분은 너무도 내향적이었다.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분명 내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했다던데, 막상 만나보니 별로였던 걸까.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는 나는 열심히 떠들기 시작했다. 아 이런 내 모습 좀 별론데,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나의 광대놀이는 이미 멈출 수 없었고 그녀는 웃었다. 분위기는 풀렸지만 나는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불편한 상대를 만나 불편한 모습을 하고 있으려니 영 힘들었다.


당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고 배는 고프고 눈은 침침했다. 그 즈음에 자리를 옮겼다. 막걸리였나 맥주였나 하여간 뭘 좀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술을 별로 안 좋아하고 그쪽도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라고 했지만 막걸리를 하나 시켰던 걸로 기억한다. 안주로는 곧이어 모둠전이 나왔다.


바삭한 전을 입에 넣고 시원하고 달달한 술을 한모금 마시자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첫 소개팅의 어색함과, 친구에 대한 원망과,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는 스스로가 별로처럼 느껴졌던 마음들이 조금 잠잠해졌다. 입에 뭘 좀 넣고나니까 확실히 더 나아졌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먹고 마시는 일이 우리에게 참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싶어서이다. 20대 후반이 된 나에게도 우리 부모님은 항상 밥 먹었는지를 먼저 물으신다. 나름 요리도 좀 하고 혼밥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밥을 못 챙겨먹을 리가. 먹고싶은 음식이 있으면 배달이라도 시켜먹겠지. 그래도 세대를 불문하고 먹는 일이 중요하긴 한가보다.


언제 먹고 무엇을 먹는지가 우리의 기분을 결정하고 몸을 구성한다. 때로는 우리의 관계를 바꾸어주고, 다른 삶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운동 후에 챙겨먹는 충분한 단백질과 적절한 탄수화물은 몸의 근육을 키워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챙겨먹는 견과류나 그릭요거트는 빈속에 혈당이 치솟는 것을 막아준다. 내 소개팅 이야기에서처럼 맛있는 음식은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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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는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시점이다. 공연은 대체로 즐겁지만, 때로는 꽤 힘들고 어색하기도 하다. 마치 소개팅과 같다. 일반적으로 자리는 편하지 않고 누군가의 공연 경험을 망치지 않으려면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신경을 쓰다보면 체할 것만 같다. 작품이 취향에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무겁고 진지한 공연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물며는 마음에 드는 공연이더라도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나가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나 편하게 먹고싶다고. 혹은 차라리 영화관에서처럼 지루할 때 손을 뻗을 팝콘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 상상이 실제로 가능한 곳이 있다. 바로 페스티벌이다.

 

내가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숨어있다. 페스티벌은 관객들에게 자유와 편안함을 준다. 맥주가 땡기신다고요? 그럼 여기 맥주를 팔겠습니다-! 잠시 앉아서 쉬고 싶다고요? 여기 자리에 앉으시죠-! 화장실이요?? 아유 편하게 다녀오세요. 하고 말해주는 것이다.


실내에서 진행하는 페스티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짓궂은 날씨에서도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음식과 음악을 함께 즐기는 일은 언제 생각해도 즐거운 일이다. 물론 같은 실내 페스티벌이어도 공연장마다 다른 경험을 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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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는 서울 서초구 강남에 위치한 400평 규모의 대형문화공간인 데블스도어 센트럴 시티(Devil’s Door Central City)에서 이루어졌다. 데블스도어는 펍과 레스토랑이 결합된 형태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공간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공연과 함께 음식과 음료들을 즐길 수 있었다.


아메리칸 스타일 게스트로펍에서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즐길 수 있었고, Californai Wines의 협찬으로 다양한 와인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편하게 식사하며 재즈를 즐길 수도 있었고,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관심이 가는 공연이 이루어질 때면 일어나 공연이 잘 보이는 자리에서 음악을 즐기고, 눈을 감고 공연에 집중했다.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을 때 몇몇 손님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해당 공간에서 페스타가 진행중인 것을 모르고 찾아온 손님들 같았다. 데블스도어는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인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는 처음 가보는 공간이었음에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기회가 되면 또 찾아가고 싶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이 상주하는 잘 꾸며진 공간에서 부담없이 머무르며 음악과 음식을 즐기는 것이 꽤 만족스러웠다. 페스타가 진행중이 아닐 때도 정기적으로 재즈 공연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재즈를 좋아한다면 찾아갈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팅이나 데이트 장소로도 좋아보였다.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는 9월 6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이루어졌다. 첫째 날에는 지민도로시 트리오, 마틴 야콥센 쿼텟, 팀 그루버가 공연을 올렸고, 둘째 날에는 임채희 with Dan Nimmer, 강재훈 트리오 (feat. Aaron Kimmel)가 공연에 참여했다. 마지막 날에는 유키 후타미 트리오, 준 스미스 쿼텟, 데블스도어 퀀텟, 댄 니머 트리오가 자리를 빛내주었다. 금요일은 5시간, 토요일은 3시간, 일요일은 7시간에 해당하는 일정이 진행되었다.


최근 들어 각종 페스티벌과 페스타가 활성화되고 있다. 편안하게 다양한 공연과 음악을 즐겨볼 수 있어 장소와 라인업, 특징들을 살펴보고 참여해보길 추천한다.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는 올해 3회차로 진행된 행사였다. 내년에는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음악으로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기다림이 길게 느껴진다면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데블스도어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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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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