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똑똑똑, 봉래산 할머니 안녕하세요 [여행]

여름 한달을 보낸 영도살이
글 입력 2024.09.1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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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산광역시에 속한 영도는 부산의 행정구로 소속되어있다. 올해 여름 내가 영도에서 보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영도에서 진행한 문화사업의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으로 여행을 간 횟수는 적지 않지만 영도는 태종대와 같은 관광지 이외에는 잘 몰랐다. 그 때문에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제대로 나의 지식과 경험 속 미지의 섬으로 발자국을 넓히기 위해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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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대교를 지나서

 

 

처음 부산역에 도착했을 때는 맑았던 하늘이 남포역을 거쳐 영도대교를 건널 때 습한 공기가 훅하고 들어오면서 섬의 하얀 해무로 들어가 바다 한가운데를 걷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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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전 밀면

 

 

부산에서 처음 먹은 음식은 남포의 육전 밀면이었다.

 

남포는 영도대교만 건너면 바로 영도와 맞닿는 가장 가까운 지역구로 일제강점기 이전 용마산 주변으로 바다였지만, 산을 깎고 매립되어 간척사업이 이루어진 곳이다. 그 때문에 지금은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있는 자리에 과거엔 부산광역시청이 있었고 부산역과 가까운 번화가여서 맛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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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가 낀 청학동

 

 

영도의 7월 중반부터 한주 정도는 소독차가 왔다 간 것처럼 해무가 짙게 끼어 윗동네로 올라갈수록 신비감이 배가 되었다. 영도에는 봉래산의 서쪽 아랫자락에 신선동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동네가 가진 이름처럼 산수화의 한 장면 속 신선이 사는 이계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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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박물관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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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영도 봉래산

 

 

해무가 끼는 초여름이 지나가고 8월로 접어들자, 폭염이 끝날 기세 없이 계속되었다. 그 때문에 살면서 바다에 가장 많이 방문한 여름이 되었다. 영도의 중리해변, 국립해양박물관, 송도 해수욕장에서 봤던 바다의 풍경과 뜨거운 햇살 아래서 피부가 알맞게 구워진 쿠키처럼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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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현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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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송남사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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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연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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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스토어 '롤로와 영도'의 포춘쿠키 속 점괘

 

 

영험한 기운을 유난히 자주 느끼게 된 영도에는 실제 절이나 점집이 많아서 영도 곳곳을 돌아다니면 골목골목에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종교시설이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영도에서 전해 듣고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1. 영도는 어촌마을이기도 하여 배를 타면서 목숨이 위험한 일이 잦은 어부들이 미래의 위험을 점치기 위해서 2. 6·25전쟁 당시 1·4후퇴로 인한 부산의 피난민들이 '영도다리 아래서 보자'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등등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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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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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물같았던 봉래산 고양이

 

 

더불어 영도에는 고유한 전설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봉래산 영도 할매' 전설이다.

 

영도의 정신적인 장소인 영도구 청학동 봉래산 정상에는 할매의 신체(身體)인 할매 바위가 있다. 이에 따르면 봉래산에는 ‘영도 할매’가 있어 주민들을 평안하게 지켜준다고 전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영도를 떠날 때는 영도 할매가 심술을 부려서 무슨 일을 하든 3년 안에 망해서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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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정상에 있는 전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영도는 일제강점기에 수탈 물자를 나르는 핵심 항구와 산업의 중심지였기에 부두 노동자를 영도에 잡아두기 위해 앞선 설화를 만들어 퍼뜨렸다고 한다.

 

봉래산 정상에서 확인한 내용으로는 영도는 부산과 달리 섬으로 이루어져 커뮤니티가 작고 내지 사람들보다 순박하고 사기를 잘 당한다고 했다. 영도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어려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배경을 같이 알고 다시 설화를 보니 별나라의 이야기와도 같은 대부분의 설화와 달리 현실적인 배경설정에, 섬사람으로서 어려웠을 영도의 상황이 머릿속으로 그려져 슬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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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에서 보이는 부산항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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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굽이굽이 올라가는 '산복도로'로 산복은 산허리를 뜻하며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란 의미가 있다.

 

영도에도 이런 산복도로가 무수했다. 처음에 가장 신기했던 지점은 그 많은 차와 버스들이 좁고 높은 도로로 운전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영도 내의 기사님들은 맞은 편에 오는 버스의 기사님들과 항상 인사를 하셨으며 몇몇 주민분들과 운전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 서울에서 살던 나는 생경하면서도 서로서로 알고 있는 커뮤니티의 친근감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그 때문에 그 좁은 도로에서도 서로에게 양보하고 균형을 맞춘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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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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