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이 주는 위로 [음악]

‘N년 전 오늘’ #4
글 입력 2024.09.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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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위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한 노래로 같은 정서를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팝페라 보컬리스트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차트 역주행을 기록했다. 당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는 곳곳에서 재생되며 애도를 표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사실 이 곡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송곡이다. 원곡은 미국에서 탄생했다.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이라는 추모시에 멜로디가 붙여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임형주가 2009년 번안곡을 발표했고, 일본, 중국 등지에서도 번안되어 인기를 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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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은 9월 11일이었다. 미국 뉴욕에서는 9.11테러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음악인들이 모인다.

 

그중에서도 2003년 그래미 시상식이 인상깊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 그래미 어워드에서, 신예 재즈 보컬리스트 노라 존스(Norah Jones)가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로 상을 휩쓴다. 올해의 레코드 포함 무려 9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엄청난 성적이었다.


노라 존스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재즈 보컬리스트로 통한다. 2002년 발매된 ‘Come Away With Me’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 앨범이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리드 싱글 ‘Don’t Know Why’가 테러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미국인들에게 큰 위로를 선사하며 앨범 역주행의 물꼬를 튼다.

 


 

 

I waited ‘till I saw the sun. I don’t know why I didn’t come….

동이 틀 때까지 전 기다렸어요. 왜 내가 당신에게 가지 않았는지 나도 모르겠네요..

 

- Don't Know Why 중

 

 

국가적인 추모 물결이 일 때면 문화예술은 잠시 멀리해야 할 대상이 되곤 한다. 사람들을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잠시 인내함으로써, 슬픔을 나눈다. 향유를 어쩔 수 없이 멀리해야 했던 시기도 불과 얼마 전까지 존재했다. 팬데믹이 우리를 실내에 가두고, 문화예술은 온라인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필자는 곧 발매될 앨범 작업에 한창이다. 작은 영감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스튜디오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이곳은 사방이 악기로 둘러쌓인, 말 그대로 내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피로한 귀를 쉬어주기 위해 ‘Come Away With Me’를 재생했을 때, 새삼 내가 놓인 이 환경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앨범을 들으며 당시 미국인들이 느꼈을 ‘위로’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음악에게 받는 ‘위로’도 곱씹어 보았다. 언젠가는 우리가 또 음악을 가까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Don’t Know Why’가 그랬듯 좋은 음악은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닿아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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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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