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솔직한 감정을 음악에 담는, 래퍼 한스

“지난 7년 동안 아주 많은 경험도 쌓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더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만들고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글 입력 2024.09.14 14: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음악) 스타일이나 특징을 굳이 한 가지 말해야 한다면 '솔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는 말이 없는 편이라, 솔직하고 감정적인 표현들은 음악과 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한스(Hans.) 인터뷰 中

 

 

래퍼 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유독 '인연'이 맞닿은 순간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가족, 친구 그리고 아티스트까지. 그는 자연스럽게 맺어진 인연과의 추억을 솔직한 가사에 담기도 하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도 하며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발매된 'Wedding (feat. SUMIN)' 역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서 삶의 가치관이 달라짐을 느끼고 그 당시의 감회를 담았다. 거기에 한스가 가진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마치 속마음을 털어놓듯 귀 기울이게 만들곤 했다.


그의 자전적 가사는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그 음악은 동료 뮤지션들과의 연결고리가 되어 매력적인 결과물로 이어지고 있다. 한스의 삶과 음악에 스며든 인연들, 그리고 깜짝 전한 콜라보레이션 정규 앨범 스포일러까지 전해보도록 하겠다.

 

 

HansProfiles2024-9.jpg

사진 제공=Abi Raymaker

 

 

한스 님과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뉴질랜드 출신으로 현재는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Hans.(한스)입니다. 반갑습니다.



'Hans' 이름 뒤에 점( . )을 함께 붙여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실용적인 이유였습니다. 검색할 때 저를 더욱 찾기 쉬울 것 같아서요. 세상에는 한스라는 이름을 가진 음악인이 너무 많았어요.


 

 

결혼식장에서 마주한 감정들, 싱글 'Wedding'



 

 

이번에 발매한 싱글 'Wedding (feat. SUMIN)'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의 최신 싱글 'Wedding'은 작년 말 데모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작업해온 곡입니다. 바깥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곡이네요. 한참 동안 Felly라는 아티스트의 EP [Bad Radio]를 많이 들어서, 어느 정도 이 곡에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오랜만에 마주한 얼굴들, 그리고 각자 조금씩 변한 삶의 우선순위에서 영감을 얻으셨다고 들었어요. 한스 님은 삶의 어떤 부분에서 우선순위가 바뀌는 걸 경험하셨나요?


전체적으로 뉴질랜드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을 보면, 그들의 우선순위에는 안정적인 생활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돈에 대한 접근 방식이 저축에 집중하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보며 우리 사이에 일종의 거리감이 형성되었던 생각이 나요.


저에게 우선순위라는 건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음악과 저한테 소중한 사람들의 프로젝트, 작업이 우선입니다. 바뀐 게 한 가지 있다면, 지금은 건강을 더 잘 챙긴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많이 운동하려고 노력합니다. 친구들한테 배운 것 같기도 해요. 이전에는 그다지 건강한 삶을 살아오지 못했던 것 같아요. 특히 대학 시절, 어느 정도 아티스트로서 그런 삶이 멋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답니다.

 

 

Wedding Artwork.JPG

사진 제공=최우창

 

 

앨범 커버만 봤을 때, 'Wedding'이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는 않더라고요. 테이블 위에 있는 접시와 조각들 그리고 주황색 가루에 숨겨진 의미가 있나요?


원래 오리지널 커버는 시리얼을 중심으로 한 타이포 이미지였어요. 하지만 우연히 배경에 놓인 접시를 보고 최우창 작가님에게 한번 그 중심으로 커버를 다시 만들면 어떨까 요청드렸어요. 접시 그리고 그 주위에 흩뿌려진 주황색 가루들이 마치 사람들에게 멀어져 가는 듯한 느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이번 앨범에 수민(SUMIN) 님이 피처링으로 참여하셨는데, 두 분의 목소리 합이 정말 좋더라고요. 수민 님과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요?


작년 12월, 지인을 통해 수민 님이 DJ를 맡으신 파티에서 팬으로 처음 뵙게 되었어요.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한국에 방문하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같은 뉴질랜드 출신인, 지인이 많이 겹치는 DJ Taejung 님도 같은 시기에 만나게 되었어요. 그 후 Taejung 님을 통해 정식으로 수민 님을 소개받았고, 같이 작업할 기회가 생겼어요.


(수민 님과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 주세요.) 사실 저는 수민 님을 직접 만나 작업하지는 못했고 이메일을 통해 작업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생각해 보자면, 완성된 벌스를 처음 받은 날이에요. 금요일 밤이었고, 저는 술에 취해 집으로 들어가는 중 카톡으로 파일을 하나 받았었어요. 받자마자 크게 들으면서 거실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 기억이 나네요. 절대로 춤을 추지 않는 사람으로서, 정말 기억에 남는 추억이에요. 피처링 해주신 수민 님에게 정말 다시 한번 감사해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넓혀가는 한스의 음악


 

 

 

올해 'Froyo (feat. Clairo)' 7주년 기념 바이닐을 발매한다고 들었어요. 7년 전 Clairo와 작업할 당시의 심정은 어떠셨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떤 기분이 드시는지 궁금해요.


'Froyo' 작업 당시에는 많이 순진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2017년 사운드클라우드 시대에서의 작업은 자유로웠고, 어느 정도는 대학생 시절 학업으로부터의 도피였던 것도 같습니다. 이제 음악은 저에게 직업이기도 해서, 그때의 순진한 마음만을 가지고는 작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산업에 대해서도 훨씬 많이 알게 되었고, 음악이 꼭 예술만이 아니라 하나의 소비되는 부분임을 고려하며 전체적인 활동을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7년 동안 아주 많은 경험도 쌓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더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만들고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이번 싱글 앨범에 이어 콜라보레이션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는 따끈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조만간 나올 앨범에 대해 스포일러를 살짝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도 빠른 시일 내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올해 3월에 발매 예정이었는데, 계속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 부분을 채울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한두 가지 말씀드린다면, '친구와 가족 이야기'를 많이 담은 앨범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항상 곁에 있었던 사람들과 멀어져 간다는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사를 가며 많이 느낀 감정이에요. 사운드 측면에서는 더욱더 인디, 예전 'Froyo'와 같은 장르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King Krule, Mac Miller, Easy Life와 한국 아티스트 윤지영, 이랑, 우효, 정우 님의 음악을 많이 들어와서, 그분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마지막 스포일러는, 피처링 중에 87dance의 BETHEBLUE 님이 참여하신 곡도 있습니다!



'우효, 김뜻돌, 힙노시스테라피' 등 한국 아티스트들과도 꾸준히 협업해오셨는데요. 보통 어떤 식으로 음악적 교류가 이어지나요?


항상 한국에서 지낼 때마다 자연스럽게 아티스트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공연이나 파티에서도 만나고, 소개를 통해 만나기도 하고, 멋진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한국 씬에서 처음 같이 작업한 아티스트는 힙노시스테라피였어요. Jflow 님이 제 음악을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 통해 접하셨고, 인스타 DM을 통해 서로 알게 되었어요. 김뜻돌 님은 사진작가 Abi Raymaker 님을 통해 소개받아, ‘SXSW 시드니’에서 실제로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우효 님은 제가 이메일로 먼저 연락드렸고, 힙노시스테라피 공연에서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어요.


저는 이분들의 팬이자, 같이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게 매우 신기하고 감사해요. 항상 한국에 갈 때마다, 저를 반겨주는 아티스트 분들과 커뮤니티에 많이 감사해요.


(제가 저번에 인터뷰했던 한비(hanbee) 님과도 깊은 인연이 있으시죠.) 같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출신이지만, 한비 님을 알게 된 건 2020년부터예요. 서로 아는 지인을 통해 한비 님 음악을 듣고 팬이 되었고, 한비 님이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돌아오면서부터 같이 작업도 많이 하며 한비 님의 매니지먼트도 맡게 되었습니다. 개그코드가 특별하게 잘 맞는 친구이고, 아주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Billie Eilish, Easy Life, Rejjie Snow, pH-1' 등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오프닝 공연을 맡기도 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무대인가요?


모두 기억에 남는 무대였지만 특히 Billie Eilish 공연이 기억에 남네요. 이유는 그 무대가 제 첫 오프닝 무대였습니다. Billie는 제 음악을 'Froyo'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 당시 매거진 인터뷰에서도 저를 언급(Shout out) 해주기도 했었어요. 당시에는 솔직히 큰 느낌은 없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기가 참 새로웠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메인 스트림 아티스트에게 인정받은 거였거든요.




솔직하고 담백한 음악으로,



14살 때부터 음악 작업을 시작하셨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음악과 가까워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 당시 유튜브에서 Mac Miller 영상을 봤어요. 너무나 공감이 되는 아티스트였고, ‘나도 뮤지션을 할 수 있다'를 믿게 해준 아티스트였어요. Mac Miller의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지금까지도 제게 많은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예요. 돌아가셨을 때 많이 울었어요.



한스 님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묘하게 어긋난 음에서 편안함이 느껴졌고 거친 질감의 목소리에서 담백함이 묻어있는 듯했어요. 한스 님은 본인의 음악 스타일에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인디 말고도 일렉트로닉, 힙합, 로파이 사운드로 낸 곡이 많다 보니, 소개를 할 때 제가 어떤 스타일의 아티스트라고 설명하기가 힘들 때가 많아요. 스타일이나 특징을 굳이 한 가지 말해야 한다면 '솔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는 말이 없는 편이라, 솔직하고 감정적인 표현들은 음악과 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Grandmother Is Waiting For  Me (Feat. Meaningful Stone)'라는 곡은 제목부터 뮤직비디오까지 따듯한 정서로 뒤덮여있는 듯해요. 또한 한국인 한스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 곡은 어떤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나요?


친할머니께서는 뉴질랜드에서 함께 사셨기 때문에 항상 제 주변에 계셨어요. 그런데 2019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한국으로 가셨어요.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2022년까지는 할머니를 볼 수 없었어요. 인생에서 할머니를 보지 못한 가장 긴 시간이었습니다.


2022년경 한 달 동안 한국에서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할머니는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긍정적이고 철학적인 말도 많이 해주셨어요. 같이 있는 동안 제가 Abi를 한번 초대했었어요. 추억을 위해 사진을 부탁했었거든요. 나중에 나온 앨범 아트도 그때 찍은 사진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같이 많이 울어요.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시간이 서로를 보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르잖아요. 저는 이 감정을 노래에 담고 싶었습니다.  뮤직비디오에 할머니와 저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고 싶었어요. 할머니가 없는 날이 언젠가는 찾아오겠죠. 그날이 와도, 이 영상을 통해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Abi 님, 김뜻돌 님과 양준모 감독님께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스 님이 좋아하는 일상을 공유해 주세요.


요즘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정신건강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골키퍼 출신으로 축구를 해왔어서 축구도 자주 하고, 운동 후에는 호주의 맛있는 수제 맥주들을 즐깁니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앨범을 잘 마무리하고 공연을 더 하고 싶습니다. 음악 말고는, 복근을 만들고 싶네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한국에서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RESS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