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네? 저도 모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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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한때 엄청나게 유행했던 책의 제목이다. 어느 서점을 가도 베스트 셀러 칸에 꽂혀 있었고 필독 도서네 뭐니 하면서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던 책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정의로움을 말할 때의 그 정의가 아니라, 이 개념의 정의가 뭐냐고 물어볼 때의 그 정의라는 관점에서 나는 아직 나라는 사람과 나의 인생에 정의를 못 내렸다. 그래서 누가 나에게 정의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묵비권을 행사 할 수밖에 없다. 들려줄 대답이 있어야 답하는데 아직 그 답이 없다.
정의는 개념이자 이게 뭔지를 요약해서 설명해 준다. “이게 뭔데?”라는 질문의 답이자 해설이 곧 정의다. 다르게 보자면 그건 어떤 길고도 장황한 설명을 짧게 줄인 요약본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으면 줄일 것도 없다. 그게 지금 내 상태다. 아직 나라는 인간을 차근차근 알아가고 있다 보니 정리가 하나도 안 돼서 줄일 것도 없다. 그런데 이놈의 세상은 자꾸 빨리 대답하라고 나를 닦달한다. 보챈다고 빨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저러니 속이 뒤집어질 것 같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해야지 뭐.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 이것저것 다 하면서 살고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난다. 나와 똑같은 대학생도 만나고 더 어린 사람도 만나고 더 나이가 많은 사람도 만나고 다른 나라 사람도 만난다.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찍거나 일을 해보거나 하고 있다. 그렇게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는 중이다. 결국 모든 게 대상을 관찰하라고 요구하는 것들이라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샅샅이 훑어보는 눈이 길러진다.
그렇기에 멈추지 않고 있다. 그래야 나를 톺아보면서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을 테니까.
아직은 횡설수설하기에 바쁘다. 알고 말해도 어려운 게 인생인데 답도 모르고 떠들고 있으니 오죽할까. 그래도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하나라도 더 해보고, 하나라도 더 물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들은 인생 정말 재밌게 산다고들 하지만 당사자인 나는 간절함이 더 크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 답을 못 찾을 것 같은 불안감에 쫓기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불만은 없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는 게 낫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자리에 앉아 있는다고 답이 나오지도 않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는다.
결국 내가 찾는 수밖에 없다면 고민할 시간에 부딪히는 게 더 빠르다.
[김상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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