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용의 세계, 서울세계무용축제 - 거대 구조 & 댄스있송 일렁일렁

글 입력 2024.09.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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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가을. 가을이라고 하기엔 습하고 너무 더운 날씨 속에서 서울세계무용축제의 공연 2개를 보고 왔다.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본 '거대구조'와 '댄스있송-일렁일렁'이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 보고 나서 물음표가 끊임없이 생기는 공연에서 느낀 감정들을 글로 풀어헤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번 공연이 나에게 그랬다. 하지만 무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나만의 해석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음을 가지고 공연에서 느꼈던 것들을 하나하나 잘 풀어보고 싶다.

 

처음 시작은 <댄스있송-일렁일렁>의 공연이었다.


[댄스있송 - 일렁일렁] - "던져진 삶. 나의 취향이나 재능은 사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이것들에 이끌려 어디론가 향한다. 그리고 운명은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돌아와 계속 춤을 추라 한다. 넘칠 것 같을 때 한 번씩 조금 비워지는 잔처럼. <일렁일렁>은 개인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지만 안무가는 이를 정제하여 전달하고자 구조와 패턴을 선택했고 따라서 군무로 그려낸다. 동작의 반복에서 그 속의 감정은 휘발되고 태도는 새로워진다. 자신의 패턴에 집중하기 위해 혼자이지만 또 함께 춤추고 있는 무용수들로부터 우리는 묵묵하지만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잔을 기울여 부딪쳐 보자, 우리의 운명에게. 짠~"

 

공연을 본 후 잠깐의 인터미션 시간에 위의 공연 설명을 봤다. 무용수들의 군무, 독무를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한 것과 별개로 내가 생각한 내용과 다른 줄거리에 어색함을 느꼈다. 최대한 정보를 접하지 않고 공연을 봐야 오롯이 느껴지는 것들을 글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공연은 보기 전에 이 글을 접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사실 나는 공연을 보면서 인간 vs 신들의 대립이 떠올랐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 공연 중 신 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물을 가지고 욕심을 내는 인간, 신이 그것을 보고 인간이 가진 것 이상을 탐했을 때 벌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침을 뱉는 행위는 어차피 인간은 그게 물인지 침인지 모르기 때문에 인간과 신의 차이에 대해 돌이켜봤다.

 

신과 인간의 대립이라는 개인적인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내 나름대로 있었는데 내가 느낀 것과 공연 설명이 많이 달라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나만의 해석도 나름대로 재밌다고 느꼈다. 같이 공연을 본 언니와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런 줄거리로 생각하며 공연을 봤다고 하고 그럴 수 있겠다고 말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묘한 신남이 생겼다. 또한 언니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메인 by Bohumil KOSTOHRYZ 0025.jpg

 

 

인터미션 후 본 '거대구조'도 쉽지 않았다. 음악도 없고 앞에 봤던 공연처럼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롯이 이 무용수 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무용수 두 명의 '춤'이었다. 평소에도 몸을 잘 쓰는 사람들, 무용이나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두 명의 무용수의 몸 쓰임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둘의 호흡이 정말 잘 맞았고 어려울 것 같은 안무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땀을 뻘뻘 흘리고, 셔츠가 다 젖으며 공연에 집중하는 무용수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몸을 저렇게 쓸 수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감탄을 넘어 그 둘에게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거대구조] - "각각의 신체 부위들이 멋대로 놓인 퍼즐 조각처럼 낯선 위치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관객을 바라본다. 때론 기발하게, 때론 익살스럽게, 두 공연자의 뛰어난 유연성은 전통적인 춤과 연극의 형식을 해체하며 로봇처럼 각진 모습을 연출한다. 관객은 공연에서 무엇을 예상하는가? 작품의 창작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음악이나 다른 연출요소는 없다. 몸이 만들어내는 타악기적 에너지만으로 음악성을 발생시키는 몰입적이며 수행적인 작품."

 

같이 공연을 본 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언니는 이 '거대구조'의 무용이 각각의 신체 구조를 표현한 것 같다고 했다. 입술을 표현할 때는 두 무용수가 입을 맞췄던 게 기억에 남는데 '입'이라는 신체 구조를 표현하기 위해 이런 안무가 나온 게 아닐까?라고 말을 해줘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같은 공연을 보고도 생각하는 게 다 달라서 공연을 나누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나는 혼자 공연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내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아 많은 사람들과 공연을 함께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어려운 공연을 봤다고 생각해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공연장을 나가는데 뒤에서 두 명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용을 전공하는 분들 같은데 무용수들의 동작, 그 동작을 하는 게 자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사람마다 공연을 보는 관점이 참 다르겠구나 싶었다. 무용을 잘 모르는 나는 대체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하기 바빴고 전공을 하는 분들은 동작이나 표현에 관심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낯을 가리지 않는 나는 공연 어떻게 봤냐고 전공생들의 생각이 궁금해 대화를 청하고 싶기까지 했다.

 

두 공연의 무용수들의 열정, 에너지, 춤은 정말 좋았다. 몸을 다양하게 쓰는 것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고 몸의 자유로움이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공연의 설명이 더 자세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언니와 나는 안무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서 힌트를 찾아보려고 하기도 했다. 궁금함이 생기는 공연은 그만큼 여운을 길게 준다고 생각한다.

 

공연 후 밤에 집을 가면서 '과연 그들은 춤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춤이란 무엇일까?', '그들은 춤을 출 때 무엇을 생각할까?' 와 같은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공연의 자세한 내용이, 무용수들의 생각이 궁금해져 개인적으로 질문을 갖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원래 어려운 공연을 보면 막막함만 느끼며 머리를 쥐어짜는 스타일인데 이번 공연은 그러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기도 하고 내가 바라본 시야를 인정하기도 하고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내 시야를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편신하던 문화 예술을 더 이상 편식하지 않겠다라는 확신도 들었다.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는 것은 어렵지만 재밌는 일이기 때문이다.

 

추후에 또 무용 공연이 열리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관람하고 싶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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