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즈에도 언어가 있다 -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글 입력 2024.09.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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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_ 포스터.jpg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는 강남에 위치한 400평 규모의 대형 복합문화공간인 데블스도어 센트럴 시티에서 열리는 도심형 실내 재즈 페스티벌로, 레트로 풍의 공간과 인테리어가 주는 분위기와 재즈의 어우러짐, 관객들이 실내에서 재즈를 보다 편안하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 다양한 시그니처 메뉴들과 와인 및 맥주들까지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만의 특색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게임 속에 등장하는 아이리시 펍이 입장과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그러한 공간에서 재즈가 흘러나오고 여유롭게 공연을 관람하는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여느 펍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대화 소리, 천천히 흘러나오는 음악,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는 술잔들까지 재즈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나는 대체로 음악에서 언어를 찾아내고 나름대로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이때 언어는 단순히 가사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호흡을 말한다. 그러한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사와 멜로디가 한 호흡 안에 어우져 있고 왜 그러한 호흡들이 필요했는지 알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재즈는 좀처럼 언어를 감지할 수 없는 장르였다. 재즈가 미국 루이지애나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에서 탄생하여 그들만의 즉흥성과 다양성을 담아낸 독특한 장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재즈라는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따라서 나는 재즈 음악으로부터의 상상의 범주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소 제한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재즈는 '노래하는 것'이 아닌 '울리는 것'이었다. 예컨대 클래식에 있어서 우리는 그 형식에 따라 칸타타와 소나타라는 서로 대립하 용어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때 칸타타는 노래하는 것, 즉 성악곡을 말하며 소나타는 울리는 것, 기악곡을 뜻한다.

 

그동안 재즈라는 음악은 내게 노래하는 것에 가까웠다. 재즈라고 하면 루이 암스트롱이나 베니 굿맨, 쳇 베이커 등 재즈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리드미컬한 목소리가 떠올랐고,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불규칙한 곡의 진행을 선호하는 특유의 재즈 연주들도 그러한 목소리 뒤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Dan Nimmer.jpg

 

 

공연 둘째 날의 첫 무대를 장식한 임채희 보컬과 재즈 피아니스트 댄 님머의 재즈는 앞서 언급한 나의 생각을 흔들어 놓았다. 목소리와 가사에 집중하려고 해도 이전과 달리 연주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니 오히려 각 곡들마다의 언어가 귀에 들려왔다.

 

특히 데블스도어만의 공간감과 함께 어우러져 재즈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울리는 것에 더 가깝다는 점이 확연히 느껴졌는데 특히 중간중간 보컬이 뒤로 돌아 피아니스트, 드러머와 눈빛을 교환할 때 굉장히 유연하면서도 선명한 호흡의 지점들이 보였다.

 

그러한 호흡은 강재훈 트리오의 음악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규격화된 진행과 상반되는 자유로운 연주 문법, 즉흥적이고 변칙적인 리듬에서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호흡은 물론 그들만의 언어가 어떻게 연주 속에 담기는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떤 소재와 주제가 어떤 방식으로 변주될지, 어떤 순간에 호흡을 조절하며 관객들과 언어를 주고받을지 알지 못한 채로 소리의 흐름을 따라가며 그들의 언어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재즈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언젠가 다시 재즈의 공간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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