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말 대신 음악으로 대화할 뿐,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

글 입력 2024.09.1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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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재즈를 “무대에 서 있는 사람들만 신나있는 음악”이라 평한다. 물론 농담 섞인 표현이지만, 나는 그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어를 조금만 바꾸어주면 된다. “무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더 신나있는 음악.”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_ 포스터.jpg

 

 

재즈 음악의 맛과 멋은, 연주자들의 몸짓과 표정에서 나온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고 무대에 오르는 이들을 멀리서 보면 갖춰진, 혹은 정적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서 보면 재즈가 생각보다 격한 음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재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즉흥연주가 담당한다.

 

재즈 연주자들은 멈추지 않고 즉흥연주를 이어갈 수 있는 능력들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곡마다 주어진 10~20분가량의 즉흥연주 세션에 각 악기들은 순간의 감정을 모두 녹여낸다. 그래서일까. 강하게 세팅한 연주자들의 머리가 점점 헝클어지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곡을 연주하는 것을 관객들과의 대화라고 한다면, 즉흥연주는 세션들끼리의 대화다. 솔로 연주자는 화자, 배킹(Backing)을 쳐주는 연주자는 청자가 된다. 우리가 말로 대화를 주고받듯, 무대에서 이들은 악기로 대화한다.

 

라이브 토크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앞에서 대화하는 패널들을 관객인 우리는 주의깊게 들으며 공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데블스도어 재즈 페스타 2024 둘째 날, 임채희와 댄 니머의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즐거웠다. 대화하는 연주자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무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황홀함’이었다. 보컬 임채희는 이날 연신 “평생 잊지 못할 날”이라는 멘트를 던졌다.

 

임채희가 느끼는 감정을 아는 듯, 댄 니머는 빛나는 피아노톤으로 노래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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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댄 니머는 명성에 걸맞은 연주를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댄 니머의 플레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터치’였다. 속주, 혹은 스케일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여름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다는 스토리라인이 있어서였을까. 그저 무심히 흘러가는 인생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페스티벌이 열린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의 분위기는 사실 내가 생각한 재즈 공연과는 많이 달랐다. 와인 향으로 가득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와인 바 바로 앞에서 스탠딩으로 관람한 나는, 실시간으로 주방의 소리와 음악 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더 일찍 왔어야 하나“라는 후회도 잠시, 식기들이 부딪히는 소리, 분주한 웨이터들의 발걸음, 사람들의 말소리들이 모두 음악처럼 들렸다. 무대와의 거리가 다소 멀었던 내 자리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선율만이 음악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나도 음악의 일부가 되고 싶어졌다. 초대받아 즐기게 된 감사한 자리인 만큼, 들리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이미 내 손은 메뉴판을 향하고 있었다. 잔을 부딪힐 사람은 없었지만, 맥주가 필요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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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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