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지적 '관객'적 시점에서 바라본 2024 키아프리즈 [전시]

글 입력 2024.09.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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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갤러리에 출품된 김윤신 작가 작품들. 사진 직접 촬영

 

 

올해로 어느새 3번째를 맞이한 프리즈-키아프(키아프리즈) 아트페어를 두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공통 의견이 있다. '키아프가 프리즈했다'는 말이다.


키아프는 아트페어 동반자이자 세계적 미술축제인 프리즈를 적절히 벤치마킹하고, 동시에 국내 갤러리 부스 퀄리티를 높여 이런 평가를 받아냈다. 그랜드볼룸에 마치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과 같은 마스터피스존을 구성했고, 플러스를 통해 떠오르는 작가들을 조명했다.


프리즈의 경우 이전 회차에서 보여줬던 600억 원대 피카소 회화, 수십억 원대의 샤갈 회화 등과 같은 대작은 적었다. 어깨를 가벼이 하는 대신 다채로움을 살렸다. 신진 작가 작품이 늘고, 아시아 작가의 비중을 높였다. 키아프는 해외 갤러리를 다수 들여오고, 프리즈는 한국 갤러리를 늘리며 함께 나란히 변화했다.


올해도 7만여 명이 찾은 키아프리즈는 그림을 구매하기 위해 행사를 찾는 컬렉터만큼이나, 유수한 작품들을 관람하기 위해 모인 '관객'의 비중이 높다. 즉 대중이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도맡고 있단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키아프리즈엔 관객이 페어를 통해 만나게 될 '경험'을 보다 섬세하게 큐레이팅할 무언의 의무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관객의 시각에서, 3돌을 맞이한 키아프리즈가 지난 1, 2회와 비교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관객 경험에 관심을 기울였는지 살펴봤다.


 

 

따로 또 같이, 화려한 장외전




 

 

2024년의 프리즈키아프가 보여준 첫인상은 예년보다 역동적이라는 점이다.


우선 올해 처음으로 퍼포먼스 기반 예술 프로그램 '프리즈 라이브'를 선보였다. 아티스트 7명이 시적 표현을 각각 움직임, 소리 등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프리즈 라이브는 퍼포먼스와 작가에 초점을 맞추어, 페어장뿐 아니라 그동안 별개의 행사로 여겨지던 갤러리 프리즈 나잇을 직접적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장외전에 더 힘이 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번 키아프리즈가 다양한 외부 동반자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한국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이 프리즈전에 뛰어들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프리즈 연계 토크 프로그램을 개최해 예술계 현안을 짚었다. LG전자의 후원 아래 문체부가 주최한 ‘미술인의 밤’에는 여러 유명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이에 국내 부산/광주 비엔날레까지 시작을 함께하며 9월을 예술의 달로 만들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 이뤄졌다.


해외 갤러리들의 원정도 장외전의 묘미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가고시안 갤러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열으며 키아프리즈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했다. 국내 갤러리들도 가세했다. 삼성문화재단의 호암미술관은 니콜라스 파티, 리움미술관은 아니카 이의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송은문화재단은 그 유명한 '피노컬렉션'을 들여왔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이러한 연계전들이 아트페어가 여전히 소수만의 리그라는 인식을 깨기엔 부족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세한 관련 행사들 역시 기본적으로 '미술인을 위한' 네트워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중에게 보다 폭 넓게 예술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접근성의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모색해 봐도 좋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장외전'으로는 스위스 아트 바젤의 파르쿠르가 꼽힌다. 도심의 상점, 심지어는 약국에서 조각품을 전시하고 호텔, 다리 등에 공공 미술을 설치하는 식이다. 이처럼 도시 곳곳에서 공공 예술을 선보이는 기획이나,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프리즈 필름과 같은 프로그램을 확장해 봐도 좋겠다.


 

 

갤러리가 완성하는 작품, 옹골찬 장내전


 

장외전이 아트페어의 존재감을 설파하는 데 성공했다면, 장 안으로 들어온 관객을 포섭하는 것은 갤러리의 몫이다.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들로 공간을 채워 몸값을 불리는 것 또한 어느 정도 모객이 보장된 방법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페어를 관람하며 느낀 것은 공간 자체를 매력적으로 가꿔놓은 갤러리들에 눈길이 가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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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셀 갤러리가 선보인 루양 작가의 애니메이션 작품. 사진 직접 촬영

 

 

포커스 아시아 존은 2012년 이후 설립된 아시아 지역 갤러리 10곳을 초빙했다. 부스에 영상이라는 매개체를 공통적으로 적용해 복잡다난한 현대 사회 모습을 새롭게 드러냈으며, 나아가 젊은 갤러리라는 특징에 부합하게도 미래를 향해 뛰어드는 도전 정신을 부각했다. 덕분에 포커스 아시아존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마치 먼 미래 세계에 발을 디딘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파르셀 갤러리가 선보인 멀티미디어 작가 루양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인상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외면과 함께 어딘가 공허한 표정으로 나 홀로 여정을 이어가는 캐릭터의 모습은 포커스 아시아에서 소개하고자 한 현대 작가들의 실험정신을 명확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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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전의 '솔로'존을 통해 관객을 마주한 이상용 작가의 작품들. 사진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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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작가의 벼루 작품. 사진 직접 촬영

 

 

올해 처음으로 '솔로' 섹션을 마련해 차별화를 꾀한 키아프는 그 시도가 빛을 발했다.


갤러리전은 이상용 작가의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모든 작품의 제목이 'Fate(운명)'인 이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의 신체와 이를 둘러싼 사물들이 운명처럼 자리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갤러리는 이러한 특징을 살려 작품 속 요소들이 마치 서로를 마주 보듯 배치하고, 이와 연결되는 작가의 벼루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함께 시너지가 나도록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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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스쿨로에 비치된 박성훈, 이상민 작가의 작품들. 사진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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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스쿨로의 우측면을 장식한 박성원 작가의 작품들. 사진 직접 촬영

 

 

한편 각각의 작품들 사이 연결성을 찾아 조화를 이뤄낸 갤러리들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갤러리스쿨로는 '유리'를 통해 전체적인 무드가 완벽히 어우러지는 공간을 조성해 냈다. 박성훈의 구 형태 유리 작품들이 시선을 모은 뒤편에, 마치 벽을 옴폭 파낸 듯 유리를 굽어놓은 이상민 작가의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유리와 스틸로 구성된 작품 위에 남성이 꼿꼿이 앉아 있는 박성원 작가의 작품이 시선을 단단히 붙잡는다.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지만 유려한 유리 공예쇼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훌륭한 작품 하나하나뿐 아니라 그 매력을 돋워주는 갤러리의 큐레이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가 더해진 2회차, 프리즈 라이브에 키아프의 괄목할 만한 성장도 덧붙여준 3회차까지. 7만 명의 관객 중 한 명으로서 바라본 키아프리즈는 매년 새로운 시도를 더해가고 있단 점이 여실히 느껴진다. 프리즈가 작은 창고 전시에서 시작해 '젊은 작가들의 패기' 하나로 전 세계적인 아트페어로 거듭났듯, 키아프리즈의 성장이 지금처럼 지속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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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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