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난 늘 밤을 사랑했다 - 화가가 사랑한 밤 [도서]

글 입력 2024.09.1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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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밤을 사랑했다.

 

밤은 나에게 안식처였으며 어쩔 수 없이 도착하는 하루의 끝이었다. 밤이 주는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감사한가.

 

‘화가가 사랑한 바다’ 시리즈를 즐겨 읽은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선물같았다. 나와 같은 밤을 다르게 맞이 했을 화가들의 심정과 그들의 그림들은 무얼 나타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화가가 사랑한’ 시리즈가 늘 그렇듯 고화질의 그림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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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로 시작하는 책은 ‘밤’으로 훅 들어가는 효과를 만들어주었다. 밀레, 루벤스, 고흐, 알폰스 무하 부터 몇 명의 화가들을 거쳐 마르크 샤갈까지. 책에는 다양한 그림체와 다양한 인생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 중 몇가지 인상깊었던 화가의 밤을 가져와 보았다.

 

첫 번째 작품은 추억 속 시간이 멈춘 밤, 앤 매길의 <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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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은 흐릿하다. 마치 사진을 찍을 때 흔들린 것 마냥 흔들려 있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마치 순간포착을 하듯 그려져 있어 그날의 향수가 느껴진다.

 

북아일랜드 출신 1962년생 화가인 앤 매길은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그녀에게 빛과 인물은 언제나 인생을 탐구하는데 중요한 주제였다고 한다. 앤 매길의 작품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주로 뒷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는 점이다.

 

정우철 도슨트는 이렇게 말했다. “이별하고 떠나는 사람의 앞모습을 보며 보내주면 쉽게 잊을 수 있지만, 뒷모습을 바라보며 보내준 이는 그 기억을 평생 간직하게 됩니다.”라고. 그는 이것이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영원한 추억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으로는 에드바르 뭉크의 <생 클루의 밤>이다.

 

작가는 이를 고독과 상처를 치유하는 밤이라고 부제를 붙였다. <절규>로 유명한 뭉크는 고달픈 삶을 보냈다. 5살 때 어머나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몇년 후 누나도 같은 병으로 떠났으며 그의 아버지 크리스티안 뭉크는 엄격한 훈육으로 뭉크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다. 유학을 떠나 마음의 안정을 찾았지만 어느 날 들려온 아버지의 부고는 다시 뭉크를 힘들게 했고 그런 마음이 투영된 작품이 <생 클루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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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불을 끄고 턱을 괸 채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뭉크. 작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해했다. 이 작품속에서는 그런 고뇌가 느껴진다. 밤이란 고뇌의 놀이터이기에.

 

뭉크는 그러나 슬픈 인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을 그렸다.  그가 그리는 밤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별을 다시 한번 올려다보는 듯한 기분이다. 그의 생과 함께 보는 작품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내게 울림을 주었다.


밤은 어둡기 때문에 빛의 사용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인다. 알폰스 무하의 <황야의 여인>은 어둠과 빛의 대비를 훌륭하게 사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하의 생은 그림만큼이나 독특하다. 그의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는데 어느 날 꿈에 천사가 나타나 “어머니를 잃은 아이를 돌봐라”라는 예언을 받았다고 한다. 이 꿈을 꾼 날 그녀는 친척에게서 중매 제안을 받았는데 그는 아내와 사별한 남자로 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이를 신의 계시라 믿었고 얼마 후 그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 이로써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알폰스 무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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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여인>은 한 여인이 사막에서 절망한 채 손을 놓고 죽음을 기다리는 듯 보인다. 그녀를 주시하는 늑대 무리들. 그러나 저 하늘에서 빛나는 별 하나가 희망을 꿈꾸게 한다.

 

이 그림은 알폰스 무하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921년에 일어난 러시아 대기근을 보고 그들의 아픔을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무하는 그저 체념한 모습이 아닌 인물에게 희망의 빛을 그려 넣었다.

 

작가는 무하가 이 작품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다시 일어나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빛이 비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의 뒷이야기를 모른채 처음 작품을 접했음에도 한참을 바라보며 감동했었다고 이야기했다. 무하의 작품은 그런 힘이 있었다. 위로를 주는 작품.

 

책에는 총 101가지의 밤이 들어있다. 행복한 밤, 슬픈 밤, 고뇌의 밤, 위로의 밤 등 밤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어둠의 농도를 이해할 때 비로소 빛을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했다. 결국 세상엔 모든 것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흑을 알아야 백을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잠들기 전 이 책을 꺼내보는 걸 추천했다. 오늘의 감정에 따라 마음 가는 밤이 달라질 것이라고.

 

정우철 도슨트의 책을 읽으면 항상 마음이 따뜻해진다. 따뜻한 사람이 엮어낸 밤 같달까. 오늘의 나의 밤은 툴루즈 로트레크, <침대에서>라는 그림에 마음이 갔다는 걸 전하며, 어두운 밤 속의 고뇌에 빠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 날 밤에는 당신에게도 새로운 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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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레크, <침대에서>

 

 

[박차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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