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원히 이어지는 ‘사랑의 탐구’ - 영화 사랑의 탐구

글 입력 2024.09.15 20: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인류의 영원한 난제, 그건 사랑이다. 사랑을 무엇으로 정의할지, 저마다의 형태를 지닌 사랑들을 무엇으로 명명할지, 인류는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9월 18일 개봉을 앞둔 <사랑의 탐구>는 사랑에 관한 난제를 파헤치며 자신만의 사랑을 탐구하는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철학 강사 소피아는 오랜 연인 자비에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성적 긴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둘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들 간 대화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다.

 

그러나 이 둘의 고요하고 안정적인 관계는 별장 수리를 위해 소피아가 인테리어 시공업자 실뱅을 만나며 위태로워지고 만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자비에와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닌 실뱅에게 소피아는 성적으로 끌리게 되고, 둘의 관계가 깊어지며 결국 소피아는 자비에에게 실뱅의 존재를 털어놓는다.

 

 

사랑의 탐구 1.jpg

 

 

영화에서 다뤄지는 소피아의 사랑은 크게 플라토닉한 사랑과 에로스적 사랑으로 구분될 수 있다. 소피아는 지식인인 자신과 가치관도, 관심사도 유사한 자비에와 대화가 잘 통하고, 그 관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반면 실뱅은 소피아와 지식수준이 맞지 않아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그는 소피아가 자비에와의 관계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육체적 관계를 통한 성적 쾌락을 안겨 준다.

 

영화 초반부 소피아는 자비에와의 플라토닉적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실뱅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하지만, 소피아의 마음은 실뱅과의 에로스적 사랑으로 점점 기울고 만다.


‘사랑의 탐구’라는 영화의 제목답게, 소피아는 자비에, 실뱅과의 관계를 경험하고, 느끼고 곱씹으면서 적극적으로 사랑을 탐구한다. 철학 강사인 소피아는 플라톤, 쇼펜하우어 등 명성 있는 철학가들이 각자 정의한 사랑을 사람들에게 강의하는데, 소피아가 겪는 사랑이 변화하고, 그의 마음이 달라짐에 따라 강의 내용도 달라진다. 다소 뻔한 로맨스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철학자들의 ‘사랑의 탐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탐구 2.jpg

 

 

영화를 보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탐구하는 여성 캐릭터 실비아의 존재였다. 그는 자비에, 실뱅과의 관계에서 ‘적당히’ 만족하고, 자신의 어떤 욕구를 포기하는 법이 없다.

 

두 남자가 각각 자신의 어떠한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키는지 고민하고,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쾌락, 누군가는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한 관계에 자신을 의탁하고, 채워지지 않는 한 욕구를 단념하고 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우리의 주인공 소피아는 결코 그런 편안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사랑을 통해 정신적 교감과 육체적 쾌락을 모두 얻기 위해 그는 끝없이 사랑을 탐구하고, 방황한다.


실뱅과의 관계가 깊어지며 소피아는 자비에에게 그의 존재를 털어놓고, 자비에와의 플라토닉적 사랑을 포기한다. 소피아는 실뱅, 그러니까 에로스적 사랑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뱅과 소피아의 관계는 어딘가 불안정하고, 서로의 세계가 통합되어 가면 갈수록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끝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실뱅의 프로포즈 장면이 행복하고 찬란해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날 실뱅과 소피아 모두 서로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임을 또 한 번 통감하고, 실뱅의 프로포즈를 승낙하는 소피아의 표정은 복잡해 보인다.

 

 

사랑의 탐구 3.jpg

 

 

영화는 소피아가 실뱅이 끼워 준 반지를 빼고, 실뱅의 차에서 내리는 것으로, 결국 두 사람의 이별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이 여자가 불행한 결말로 단죄받지 않길 바랐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을 본 순간, 소피아가 실뱅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되어 결국 소피아가 행복해지지 못한 것인가, 하며 씁쓸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사랑의 탐구 4.jpg

 

 

하지만 영화를 깊게 곱씹어보니, 사랑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자 하고, 어느 한 욕구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인공 소피아를 생각한다면 그건 당연한 결말이었다.

 

실뱅은 소피아에게 결코 신뢰와 안정감, 편안함을 줄 수 없는 상대였다. 그러니까 소피아는 실뱅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 실뱅을 떠나온 것이다. 소피아가 자비에를 떠났듯이 말이다. 실뱅과의 관계에서 끝내 행복해지지 못했다, 가 아니라 행복할 수 없었기에 소피아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실뱅을 떠난 것이다.

 

자비에와 실뱅 두 남자를 오가며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동안 펼쳐지던 소피아의 ‘사랑의 탐구’는 그렇게 미완으로 남았고, 소피아는 앞으로도 자신의 사랑을 계속해서 탐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 어떤 욕망도 포기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 수많은 철학자가 앞서 사랑하고, 느끼고, 갈등하면서 사랑을 정의했듯, 소피아도 언젠가는 자신만의 사랑을 정의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자신만의 사랑을 탐구하는 기나긴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한수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