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은 경쾌하게, 라울 뒤피처럼! [미술/전시]

색깔과 빛이 청하는 왈츠
글 입력 2024.09.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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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에 커다란 벽면에 그려진 색채가 너울 치는 그림, <전기의 요정> 앞에는 사람이 늘 북적인다. 본 그림은 작년 예술의전당 라울 뒤피전에 실제로 오지 못했지만, 라울 뒤피의 가장 대표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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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그림을 파리박람회를 기념해 의뢰받았다. 역대 최고 규모의 박람회였으며, 파리는 주제를 ’전기’로 내걸었다.

 

라울 뒤피는 파리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동시에 하늘에는 주제성에 맞춰 전기의 요정을 그리고 땅에는 전기를 사용하는 다양한 건축물과 시설들이 그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리 퀴리, 에디슨 등 역사 속 주요한 인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주제성과 동시에 이 그림은 그의 화풍 역시 잘 드러내고 있다. 필자는 라울 뒤피의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그림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붓질은 자유롭고 역동적이다. 선이 뚜렷하거나 사물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경계를 넘나드는 가벼운 터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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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예술가이기도 한 라울 뒤피는 사용하는 색감도 항상 화사하다.

 

꽃은 그가 자주 그린 대상 중 하나였으며, 화사한 빛으로 그려진 뒤피의 꽃은 마치 꽃잎이 피어나는 순간을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동시에 관객은 자신의 공간이 진한 봄의 분위기로 물든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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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자주 그린 풍경화 중, 바다를 그린 그림들 역시 인상 깊다. 그의 자유로운 붓질은 파도가 너울거려 관객에게 흐르는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파도 위의 보트들이 경주하며 움직이는 것만 같고, 그 바다의 시원한 향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다.

 

그의 화풍은 사실 그의 인생관을 반영한 것이다. - 삶은 즐거운 음악처럼! -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했고, 태피스트리를 제작하기도 했던 팔방미인, 라울 뒤피는 삶을 정말로 즐겁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어떤 삶도 즐겁기만 하진 않다. 그 어떤 인생도 어려움이 없지 않다. 그의 인생에도,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도 어둠이 있었을 테지만, 라울 뒤피는 삶의 아름다운 부분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예술관은 가벼우면서도 심오하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경쾌한 색채 그 이상의 것을 배운다. 바로 무거운 인생을 가볍게, 어두워 보이는 인생을 밝게 보는 시각이다. 아무리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더라도 뒤피가 그린 꽃, 풍경, 사람들을 보고 있을 때면, 그의 시각은 항상 그 이상의 경쾌함을 제공한다.

 

인생관에 정답은 없을지라도, 경쾌한 기분은 삶에 늘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기분이 필요할 때, 라울 뒤피의 그림이 청하는 왈츠에 기꺼이 응답하길 바란다.

 

 

[김은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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