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 플레이리스트 채우기 [음악]

황지은 에디터의 가을 맞이 5곡 추천
글 입력 2024.09.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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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기억하는 계절


 

가을이 온다. 기온은 아직 내려가지 않았대도 저녁노을 질 즈음의 바람은 선선한 게 완연한 가을의 모습이다. 헤드셋을 쓰고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를 쭉 내리다가 가을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한다. 나 같은 경우는 'Jesień(폴란드어로 '가을'이라는 뜻이다)'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분위기의 곡들을 듣는다. 나에게는 계절마다 정해진 노래를 듣는 것이 그 계절을 음미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내 추억과 기억을 대강대강 잘라 이름 붙인 무엇이 된다. 이전에 들었던 곡 중 흥미를 잃은 곡을 빼내고 새로운 곡들을 채운다. 그래서 환절기가 되면 여기저기로부터 음악 추천을 많이 받는다.


나는 음악 장르를 웬만하면 가리지 않는다(겨울에만 발라드를 듣는 걸 빼고). 다른 말로 하면 취향이 중구난방이라는 소리가 되지만 나는 중구난방인 내 취향이 좋다. 다양한 것들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내 입맛이 좋다.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가을의 전성기가 오기 전 가을에 들으면 좋을 노래 5곡을 소개하려 한다.

 

 

 

아무리 날 괴롭혀봐 난 떠나버리고 말면 그만이야 


 

 

 

첫 번째 노래는 wave to earth의 'pueblo'이다. pueblo는 라틴 아메리카나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의 전통적인 마을을 의미하는데, 굉장히 좁고 작으며, 모든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얼기설기 얽혀있는 마을의 의미가 강하다.


가사를 보면 '이 마을을 떠나기 전에 내가 다니던 장소를 다 불태울 거야, 여기에 내 모든 기억을 버려 버리고 떠날래'라거나 '아무것도 남아 있지가 않아, 더럽고 혼란한 것들로 거리는 가득하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거리를 걸어야만 하는 거지? 여기서 내가 갈 수 있는 다른 곳이 있을까'라고 말하는 등 자신이 속한 장소에 대해 굉장히 자조적이고,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와 반대로 멜로디 라인은 매우 경쾌한데, 이 부분이 재미있다. 가끔은 스트레스가 풀린다. 무언가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한데도 어떤 일을 해내야 할 때, 혹은 얼른 벗어나고 싶은 장소에 머물러야만 할 때 이 노래를 들으면 '그래, 어디 한 번 날 죽도록 괴롭혀보시지! 난 결국 떠나고야 말테니까'라는 마음으로 한 번 더 꾹 참을 수 있다.

 

 

 

나를 떠난대도 너에게 행운을 빌어


 

 

 

두 번째 곡은 프라이머리의 'Bless you'다. 프라이머리가 작곡하고, 샘 김과 우즈(WOODZ), pH-1이 참여했다. 이 곡은 3년째 듣고 있는 내 가을 대표곡 중 하나이다. 내가 느끼는 가을의 분위기를 오롯하게 느끼려면, 이 노래와 다음에 소개할 곡을 꼭 들어야 한다. 어딘가 쓸쓸한 노래다. 사실 대놓고 쓸쓸한 편이다. '그저 그렇게 나를 스쳐 지나가 줘', '난 그저 너의 행운을 빌어', '여기까지만 너와 같은 마음이야, 이유를 찾지 마 우리 마음만 축나니까'.


가을이 되면 떠나보내야 할 대상들이 생긴다. 여름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승희 시인의 말처럼 여름은 나에게 이국의 계절이다. 보통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여름이라는 이유로 저지르고, 웃고 떠들고 사랑하다 가을이 되어 분위기가 차분해지면 하나둘씩 떠나보내는 일들이 잦다. 하지만 그 이별들이 마냥 슬프지는 않다. 가을이 왔으니, 가을에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시 찾으면 된다.


여름은 너무 뜨겁고 강렬해서, 괜스레 여름이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시큰해지는 마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

 

 

 

가을에도 사랑, 결국 모든 걸 사랑해



 

 

'Bless you'로 사랑했던 것들을 보냈다면, 이젠 다시 새로운 사랑을 할 차례다. 나는 아직 대학생이므로 내 새로운 시작이 내게 말을 거는 것은 9월이다. 9월은 여름과 가을이 마주하는 계절, 여름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고 나면 새로 가을 단장을 할 나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생각은 좀 아껴 흘러가게끔, 너무 많이 할 때면 독이 되잖아', '완벽하지 못한 우리 찾지 말아 실수, 의미. 자고 일어나면 날아가 버리지', 그리고 '중요한 건 온기 두 손 잡아 충분히'. 가을을 쓸쓸함을 너무 쉽게 느끼는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이 필요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이 머릿속 영사기에서 천천히 재생된다.


건조해지는 눈빛을 다시 따뜻하게 데워주는 노래. 비트도 굉장히 좋다. 특히 후반부 2분 25초부터를 꼭 들어보시기를. 세 번째 노래 'Love'는 Spray가 작곡하고 Loco, 문수진, Jason Lee가 참여했다.

 

 

 

그냥 가을의 시원함을 느껴볼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청명한 날씨와 멋진 옷을 입은 나를 만끽하고 싶을 때는 재현의 'Flamin' Hot Lemon'을 듣는다. 경쾌한 사운드와 중저음으로 읊조리는 듯한 재현의 보이스가 어딘가 쿨하고 감각적인 느낌을 만든다.


나는 특히 멜란지 색 반소매 티에 하얀 워싱이 세로로 들어간 부츠컷 청바지를 입은 채 아디다스 네이비색 스페지알을 신고 이 노래를 듣는 걸 좋아한다. 내 추구미에 딱 들어맞는 날씨와 옷차림, 노래의 삼박자다. 여기에 조금 흐물거리는 남색 캔버스백까지 든다면 금상첨화다.


노래 가사에도 'as amazing in that denim'이라는 구절이 있어서 괜히 청바지를 입었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가을은 패션의 계절이기도 하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가을 패션의 황금기다. 바짝 예쁜 옷들을 골라 입을 패셔니스타들, 이 노래를 들으며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어떨까?

 

 

 

모순된 나, 그래도 나는 나인 채로 


 

 

 

마지막 다섯 번째 추천곡은 Mahalia의 'Isn't It Strange?'이다. 이 노래는 가사가 공감되어서 좋아한다. 최근에 찾은 곡이다.


'나는 널 좋아하지 않는데 네가 한 말을 신경 쓰고, 아픈 게 싫은데 타투가 열 개나 있어. 누구를 사랑한 적도 없는데 늘 옆에 있기는 하고. 이상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노래. 모순된 나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시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모순적인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다. 나는 분명 이걸 싫어했는데 이 일을 해야 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그것에 대해 파고들고 있다. 삶은 원래 그런 것인가,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인생사 새옹지마고 사필귀정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고히 규정하고 그 몰드에만 모양을 맞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내 모습이 별로일 때 이 노래를 듣는다.

 

*

 

여기까지가 내 노래 추천이다. 모쪼록 나의 추천이 여러분의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에 일조하기를 바라며 말을 줄인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의 음악을 양껏 즐기시기를.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황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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