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과 악이 불분명하게 공존하는 세상 [영화]

선의 선은 어디까지일까? - 베테랑 2
글 입력 2024.09.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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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2>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간만에 생긴 꿀 같은 이 시간에, 친구들과 ‘베테랑 2’를 관람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시즌 1을 극장에서 나름 재밌게 보았고 큰 인기를 끌었기에 기대가 되었던 영화였다. 그러나 극장을 나올 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친구들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무엇보다 ‘빌런’ 박선우(정해인)에 대한 서사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여러 빌런물이 흥행을 하면서 다양한 빌런이 등장했고 흥미로운 빌런 캐릭터들은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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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2의 메인 빌런 ‘박선우’의 캐릭터 자체는 굉장히 새롭고 흥미롭다고 느껴진다. 기존의 빌런의 행위 중 하나인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이다. 특히 이 살인의 방식은 한없이 잔인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살인 대상과 살인 방식이다. 그의 살인은 흉악범이거나 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에 그쳤거나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이들이 저질렀던 범죄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여 이들을 죽인다.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에게 ‘살인’이라는 보복을 했으나, 이 과정에서 본인 또한 ‘살인’이라는 죄를 저질렀다는 점. 이 점이 해치, 박선우에 대한 평가를 나뉘도록 한다. 실제 영화 속에서 해치를 ‘연쇄살인마’라며 잡아야 한다는 경찰들과 해치는 경찰, 검찰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영웅’이라는 평이 극명히 갈린다.

 

‘빌런 = 무조건 나쁜 사람’ 이라는 틀을 깬 흥미로운 접근방식이다. 선과 악에 대한 판별기준도 저마다 다르고, 나쁜 선과 착한 악이라는 모순적인 개념마저 떠오르게 하는 이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영화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다 해치는 이런 ‘빌런 영웅’이 된 것인지, 범죄, 영웅 장르 영화에서 빌런에 대한 소개는 별다르게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주인공 ‘서도철(황정민)’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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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의 범행을 바탕으로 영화는 서도철이 직업윤리에 대해 고민해 보고 성장하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전의 도철이 나쁜 놈에게 ‘통쾌한 처벌’을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던 형사에 그쳤다면, 시즌 2에서 그는 한 단계 성장한다. ‘정의 구현’을 위해 힘써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의’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가져볼 기회를 얻고 형사의 업무를 하면서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서도철은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공적, 법적으로 나쁜 놈, 즉 범인을 검거해 왔다. 이 과정에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목표를 위해 나아갔고, 그리고 그는 이를 정의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가 생각한 정의는 해치, 박선우에 의해 깨진다. 박선우는 경찰이지만 연쇄살인마이다. 경찰로 선우와 도철이 선이 있는 정의 구현을 해왔다면, 해치의 정의 구현은 선을 넘어버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정의구현을 위해 내두른 폭력이 절대 정의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를 깨닫는 과정은 영화 전반에 그려지고 영화는 결국 서도철이 직업적 윤리와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에 집중한다.

 

기존에 봐왔던 빌런물과는 확연하게 달라서 신선했다가도 뭔지 모를 아쉬움이 영화관을 나오면서부터 느껴졌다. 빌런보다 주인공에게만 집중한 감독의 의도가 궁금했고, 결국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찾아보게 되는 지경에 다다랐다. 몇 인터뷰를 통해 해치의 서사보단 서도철의 성장 과정에 집중한 것이 감독의 의도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빌런물’ 그리고 이런 장르가 내보인 ‘통쾌한 복수’ 같은 것들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주인공의 성장 과정에 집중했는지도 공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된 스토리이자 빌런인 ‘해치’가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본다면 그의 서사가 아예 담기지 않음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서사가 없는 상태에서 ‘정의’에 대해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려는 의도가 보이니 영화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가 봐도 ‘나쁘다’라는 빌런이 아니었고, 빌런에 대한 여러 관점을 해석해 볼 수 있기에 흥미로웠다. 이 점에서 서사의 부족함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뚜렷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나의 ‘정의’는 무엇이고, 선과 악이 다수, 대중, 여론에 의해 하루에도 수없이 뒤바뀌는 이 사회에서 나의 중심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1편은 밀크초콜릿, 2편은 다크초콜릿이라는 황정민 배우의 인터뷰를 보니 현재 거론 중인 3편이 나오게 된다면, 조금 더 새로운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길 하는 마음이다.

 

 

[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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