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몸'이라는 언어 - 서울세계무용축제

글 입력 2024.09.1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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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서울세계무용축제가 진행되었다. 나는 그중 9월 7일 토요일에 상연된 <댄스있송 - 일렁일렁>과 <거대 구조>라는 작품을 관람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 제목이었기에 더 큰 호기심을 품은 채 공연장으로 향했다.

 

무용은 어떤 장르인가? 무용의 특성은 인물이 내뱉는 대사가 없어서 모든 집중을 퍼포머의 몸짓에 쏟게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타 장르에 비해 비교적 제한적인 요소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 장르이다. 하지만 관객의 집중이 집약적인 만큼 그들을 매혹시킨다면 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몸’이라는 언어


 

무용이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무척 생경하다. 사람들은 아무런 정보 없이 음악이나 주변의 소리와 어우러지는 무용수의 ‘몸짓’에 주목한다.

 

이때 몸짓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몸 언어’는 음성 언어과는 다르게 몸짓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약, 즉 에너지와 상징성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조심스러운 감정을 표현할 때는 사뿐사뿐하고 가벼운 몸짓으로, 강렬한 감정을 표현할 때는 강하고 묵직한 몸짓을 보일 것이다.

 

우리는 무용을 관람할 때 비일상속으로 자연히 초대받을 수 있다. 익숙한 음성 언어의 공간에서 벗어나 몸의 언어라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선다.

 

그 공간 속에서 음성 언어의 규칙은 잠시 잊고 몸의 언어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

 

 

 

몸짓 속에서 떠오른 ‘우리’의 모습: <댄스있송 - 일렁일렁>


 

먼저 상연된 작품은 <댄스있송 - 일렁일렁>으로, 중앙에 선 남성 무용수와 다수의 남녀로 구성된 단체 무용수들이 몸짓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남성은 잔에 담긴 물을 마시려고 고군분투하고 잔을 든 여성은 물을 마시지 못하게 막는다. 그리고 단체 무용수들은 음악에 맞춰 잔에 담긴 물처럼 일렁이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댄스있송 – 일렁일렁>은 몸짓 자체의 에너지가 선사하는 충격을 넘어서 상징적인 이야기로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잔에 담긴 물을 마시려고 분투하는 남성처럼 무언가를 처절하게 가지려고 노력한 기억이 관객의 머릿속을 스친다.

 

이처럼 몸짓 언어가 안겨주는 새롭고 특별한 경험과 함께 개개의 기억과 경험을 자극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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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 언어의 모든 것, <거대 구조>


 

10분의 쉬는 시간을 가진 뒤 이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두 무용수가 등장하고 무대와 관객 사이에는 어떠한 설명도 보조적인 장치도 없다. 심지어는 무대 장치나 조명 마저도 없이 텅 빈 무대 뒤편을 훤히 내보이며 두 인물에게 온 집중을 유도한다. 여자와 남자는 마치 퍼즐처럼 신체 부위를 엮거나 서로의 몸을 지탱하여 의존하거나 독립적으로 무대 앞으로 걸어 나간다.

 

관객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몸짓을 쳐다보는 것뿐이다. 그들의 낯선 몸놀림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과연 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끝없이 가능성을 굴려본다.

 

저 몸짓은 어떤 함축을 갖고 있는가? 잠시 그런 질문이 지워지는 순간이 다가올 때도 한계를 넘어선 듯한 몸의 형태를 바라보고 그 놀라움에 흠뻑 빠지게 된다.

 

다시 말해, 몸짓 언어의 가능성을 엿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무용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것은 몸이 전달하는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기도 했고, 몸이 전달하는 에너지를 느끼는 방식이기도 했다. 70분 간 몸짓 언어의 세계에 초대받았던 시간이었고, 이번 계기로 앞으로도 그 세계를 기웃거리게 될 것 같다.

 

무용만의 전달방식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누구든 그 공간에 발을 들여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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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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