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해도 예술, 너가 해도 예술, 진짜 예술은 어디에? [도서/문학]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우리는 왜 그 작품에 끌릴까)』, 최샛별, 김수정, 동녘, 2022
글 입력 2024.09.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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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전시장 중앙에 놓인 남자 소변기, 뒤샹의 <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존의 전형적이고 역사적 사실만을 묘사하는 아카데믹적인 예술계를 뒤흔든 작품으로 꼽힌다. 그의 혁신적인 개혁 이후, 예술이 가진 아름다움의 통념은 부서졌고 사람들은 더 확장된 범위에서 예술을 바라보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시대를 거치고, 기술의 진보적인 발전으로 더욱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뒤샹의 <샘>은 그 시대뿐만 아니라 동시대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예술로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일상의 움직임이 예술이 되고, 도화지에 한 낙서가 작품이 되는 현시대에서 예술을 바라보고 생기는 궁금증에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답변을 달아준다. 사회학을 전공한 최샛별과 김수정은 ‘예술사회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전반적인 이론적 배경과 함께 최근의 이슈들까지 언급하며 쉽게 풀어낸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며, 예술이라는 것이 맥락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으며, 우리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 예술은 어떤 것인지, 전반적인 사례 위주와 카테고리 별로 주제를 묶어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이론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예술사회학 입문서로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대중의 관점이 아닌 예술 분야 전공자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몇 가지 비판하고자 하는 내용이 존재한다. 먼저, 책의 저자는 사회학적인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예술을 너무나 상업적으로 바라보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예술을 학문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예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지점이 존재한다. 또한 기존의 지식을 근거로 저술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생각이나 한국의 문화 사례에 대한 분석은 나와있지 않으며, 대중 저서를 넘어서 전공 서적으로서 예술사회학이라는 학문을 깊게 이해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한계가 있다.

 

“바야흐로 모든 것이 다 예술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지금, 예술 개념을 한 줄로 설명하거나 그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버린 셈이다.”(67p,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여기서 저자의 견해는 예술 비평가들에게 깊은 오해와 반발을 삼을 수 있다. 뒷 문장에서 "한편으로는 예술을 둘러싼 각종 논의를 촉발함으로써 하나의 연구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급하게 자신의 주장을 에둘르지만, 예술을 정의하는 가치 기준을 세우고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과는 대립되는 시각을 보인다.

 

예술 개념을 정립해나가는 과정은 우리가 예술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일이며, 좋고 그름을 가르는 평가의 잣대가 된다. 하지만 예술을 결국 ‘소비되는 것’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사고관은 다른 학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술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예술사회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예술의 유통구조를 이해하고, 소비.생산.분배의 과정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이지만, 대중 서적에서 예술의 범위를 한정하고 정의하는 과정을 ‘무의미한 일’로서 저술했다는 점은 예술을 하나의 학문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불편한 지점이 존재한다.

 

이를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정작 예술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책 전반적으로 예술사회학에 치중되어, 예술을 둘러싼 사회의 현상과 구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문화의 다이아몬드’라는 미국의 문화사회학자인 웬디 그리스올드가 처음 고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선행 이론에 근거하여 예술을 바라보는 사회학적 시선을 정리하고 개별 작품에 적용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정작 책 초반부에서 질문했던 ‘진짜 예술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한 답변을 기술하기보다는, 오히려 예술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따라서 저자의 사유는 그저 정보 전달에만 그치며, 국내외 사례들을 분석하는 데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이나 구체적인 분석이 없어 한국의 문화 토대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이론의 설명보다는 사례에만 치우쳐진 구성으로 인해 이를 근래에 창작되고 있는 작품에 적용하여 한 단계 더 나아간 사유로 발전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책을 예술 전공자에게 추천한다는 출판사의 서평은 납득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 예술사회학에 입문하였거나, 평상시에 ‘이게 예술이라고?’하는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본 이들에게 답변에 도움이 될 하나의 해결책으로써 추천한다.

 

책을 읽다 보면 모든 예술은 사회로부터 시작되고 사회로부터 평가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중의 평가는 작품의 가치가 되고, 삶에서의 유용성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저자는 예술을 너무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바라보고 있어 몇 가지 우려가 생긴다. 예를 들어, ‘나 (비싼 돈 주고) 뮤지컬 봤어’가 예술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

 

이처럼 예술 향유의 이유를 소비하는 행위로서 판단하지 않으려면, 예술 주변의 학문들을 이해하고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예술을 선택적으로 감상하고, 예술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현시대에서는 개인적인 견해와 해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예술은 사회를 비추는 일그러진 거울’이라는 비유처럼 사회와 예술의 영향력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며, 예술의 가치는 결국 사회의 구조, 맥락에 의해 영향을 받은 관람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예술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 쌓아둔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영감을 얻는 깊이가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개인이 쌓아온 삶의 경험, 가치관과 전공에 따라 작품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은 너무나 달라진다.

 

책에서 제시한 사회학적인 시선에서 한 단계 나아가 더 넓은 시각으로 예술에 달린 물음표에 자신만의 견해를 토대로 답변을 달아보길 제안한다.

 

 

[이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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