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래도 꿈꾸는 걸 좋아하는 어른으로 남고 싶어 - 화가가 사랑한 밤

글 입력 2024.09.1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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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이 까맣게 물들고 나면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시간.

 

우리는 그 캄캄한 침묵 속에서 눈을 감은 채 지난날을 보내주고 다가올 날을 준비한다. 가끔 후회와 걱정이 날 덮을 때 ‘그래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며 그것들을 이불 삼아 잠들 수 있는 날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정우철 도슨트가 말하는 밤의 의미도 인상 깊다. 그에게 밤은 "우리의 몸을 재우지만 감성을 깨우기도 하는 시간"이다. 그 밤을 사랑해서 얼마나 많은 화가들이 화폭에 그 고요함을 담아냈나.

 

추억과 위로를 전하는 밤, 그 밤을 그린 화가들의 이야기. 정우철 도슨트는 <화가가 사랑한 밤>을 통해 내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나는 그 수많은 이야기 중 그림에 대해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화가, 앙리 루소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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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Rousseau. The Sleeping Gypsy. 1897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는 가난한 배관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로는 파리로 들어오는 물품을 검수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세관원으로 일했다.

 

무려 22년 동안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루소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렸다. 세관원으로 일하며 자연스레 기른 관찰력은 그가 49세의 나이에 화가가 된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의미 없는 일이란 없었다.


그는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덕분에 순수한 상상력을 화폭에 거침없이 표현할 수가 있었다. <잠자는 집시>는 이러한 상상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집시와 그 곁의 사자. 그 위에 떠 있는 둥근 달과 밤의 하늘은 꿈과 현실의 뒤섞임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갈기를 가진 사자가 집시의 곁을 평화롭게 어슬렁거리는 모습에 알 수 없는 편안함에 빠져든다.

 

어쩌면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이라 할 수도 있겠다. 사실 당대 사람들은 어리숙해 보이는 그의 그림을 조롱하고 무시했다. 하지만 루소는 상관없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그저 행복했다.

 

정우철 도슨트에 의하면 “꿈을 꾸던 화가의 끝은 참으로 창대”했다. 루소의 상상력은 후대에 등장하는 초현실주의에 큰 영향을 끼쳤고, 루소는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다. 시대를 앞서갔던 그의 상상력이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밤의 어둑함은 씁쓸함을 되새기게 하지만 동시에 환상을 꿈꾸게 만든다. 언젠가 루소도 밤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을 테다. 지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신의 삶이 참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어떤 꿈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깨어서도 헤어 나오기 어렵다. 깨어있는 채로 꾸는 꿈도 있다. 모든 꿈을 가능케 하는 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안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꿈을 꾸는 게 좋다.

 

이 밤에 우린 내일이라는 또 다른 기회 앞에서 눈을 감고 서 있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싶은가? 정우철 도슨트의 말을 당신에게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는 어쩌면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눌려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삶의 모든 순간에 꿈과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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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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