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아레나 디 베로나 ‘투란도트’ 톺아보기 ②

글 입력 2024.09.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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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포스터_인터파크.png

 

 

* 이 기사는 <아레나 디 베로나 ‘투란도트’ 톺아보기 ①>에서 이어집니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투란도트>가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아레나 디 베로나의 첫 해외 공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레나 디 베로나의 여러 레퍼토리 중에서도 이번에 한국을 찾는<투란도트>는 어떤 작품인지, 푸치니의 마지막 역작인 이 작품을 좀 더 깊게 알아본다.

 

 

 

오페라계를 사로잡은 이국적인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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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투란도트>의 기원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일야화』와 쌍벽을 이루는 아랍 문학, 『천일일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투란도트 이야기’는 『천일일화』 속에서 유모가 결혼하기 싫어하는 공주를 설득하기 위해 들려주는 여러 이야기 중 하나로, 공주 투란도트와 그에게 청혼하는 왕자가 나온다. 18세기 이탈리아의 극작가 카를로 고치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희곡 <투란도트>를 썼고, 독일의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쉴러는 이 작품을 각색해 또 다른 <투란도트>를 발표했다.


푸치니는 쉴러의 작품을 읽고 이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실제로 중국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푸치니는 런던 여행 중 들었던 중국 음악을 떠올린다. 그렇게 작곡에 중국식 5음계를 반영하고 종, 공, 실로폰 등의 악기를 추가해 독특한 분위기의 오페라를 만들어나갔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전작 <나비부인>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푸치니는 <투란도트>에서도 가능성을 봤을 것이다.


왕자가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공주가 낸 세 가지 퀴즈를 푼다는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하되, 푸치니는 공주가 왕자의 이름을 맞춰야 한다는 부분을 추가하며 자신만의 <투란도트>를 만드는 데 열중한다. 하지만 그는 3막 '류의 죽음'까지만 마친 채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초연에서 푸치니를 추모하기 위해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해당 부분에서 공연을 멈추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비록 푸치니 본인은 초연을 보지 못했지만 푸치니가 무대에 구현한 <투란도트>의 이국적인 분위기는 당시 유럽 관객들에게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이 사랑 이야기는 오파라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투란도트>보다 유명한 ‘아무도 잠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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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명작은 그 작품의 이름보다 유명한 아리아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마술피리>는 몰라도 ‘밤의 여왕’ 아리아 선율은 익숙한 것처럼 말이다. <투란도트>를 대표하는 아리아를 묻는다면 모두가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 아리아는 3막이 시작되며 투란도트와의 수수께끼 대결에서 자신의 승리를 직감한 칼라프가 달빛 아래에서 부르는 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의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한 시대를 풍미하던 성악가라면 한 번씩은 불러본 아리아다. 그중에서도 이 아리아를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지게끔 만든 버전은 파바로티가 1990년 FIFA 월드컵 영상에서 부른 것으로 꼽힌다. 이후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가 함께 만든 팀 '더 쓰리 테너스' 콘서트에서도 자주 불리며 오페라 마니아가 아닌 사람에게도 익숙한 아리아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이 곡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 삽입되며 작품을 뛰어넘는 명성을 얻는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만큼은 아닐지라도 1막과 2막에도 주목해서 들어보면 좋을 아리아가 있다. 1막의 ‘들어보세요 왕자님(Signore ascolta!)’, 2막의 ‘옛날 이 궁전에서(In questa reggia)’다. ‘들어보세요 왕자님’은 <투란도트>의 또 다른 여자 주인공 류가, 자신이 흠모하는 칼라프 왕자가 공주에게 청혼했다가 목숨을 잃을까 봐 만류하는 곡으로 류의 애절한 감정선이 돋보인다. ‘옛날 이 궁전에서’는 투란도트가 자기 자신이 왜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자신과 이 왕궁의 역사를 들려주는 곡이다. 류와 상반된 성격의 투란도트라는 인물을 잘 보여준다.

 

 

 

탄생 100주년을 넘어, 21세기에도 계속될 <투란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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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 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던 <투란도트>는 이후 아르헨티나,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며 크게 사랑받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후년은 <투란도트> 탄생 100주년이다. 한 작품이 100년이 지난 후에도 이만큼 전 세계적으로 널리 회자된다는 것은 그 작품이 의심의 여지없이 명작의 반열에 들었음을 알려준다.


물론 2024년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 <투란도트>는 비판받을 지점 역시 존재한다. 오리엔탈리즘적 요소가 대표적이다. 사실 ‘투란(Turan)’은 중앙아시아의 지역 이름을, ‘도트(dot)’는 딸을 의미하는데 여러 창작 과정을 거치며 공간적 배경이 중국 베이징이 된 것부터 좀 생뚱맞지 않은가. 실제로 <투란도트>는 1998년 중국 감독인 장이머우가 자금성에 설치된 특별 무대에서 공연하기 전까지 중국 내에서 공연이 금지되어 있었다. ‘중국풍’이면서 실제 중국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대가 변하며 <투란도트>를 보는 관객들의 관점이 변하고, 해석도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양해질수록 작품의 생명력은 길어지는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투란도트>는 세계 어딘가에서 공연 중이며, 새로운 마니아층을 탄생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여러 버전의 <투란도트> 중에서도 이번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는 화려하고 웅장한 이 작품 고유의 매력이 살아 있는 공연이다. <투란도트>가 처음인 관객에게도, 이미 <투란도트>를 본 적 있는 관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공연은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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