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각각 다른 경험이 주는 깊은 울림 – 화가가 사랑한 밤

삶이 머문 자리마다 빛이 난다
글 입력 2024.09.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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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처음 봤을 때 막연히 ‘재밌는 그림이네’라며 보던 그림 속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금방 빠져든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처했던 시대 상황, 인과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의 그림 스타일이 일관되게 유지될 때도 있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붓 터치, 피사체, 색감 사용) 등이 급변할 때도 있다.

 

그림을 통해 수 십년 혹은 수백 년 전의 작가와 조우한다. 정우철 도슨트가 소개해 주는 「화가가 사랑한 밤」도 그러하다.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화가가 사랑한 밤’은 16인의 거장과 101점의 작품들을 통해 화가들의 밤은 어땠는지 우리에게 되묻는다.

 

화가들에게 밤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물리적으로 구분 짓는 낮과 밤. 단순히 두 가지로 구분 지어 생각한다면 쉬울 것이다. 그럼 이 책에 소개된 화가들의 밤은 어떠할까? 그들이 표현하는 밤의 의미는 다르다. 삶을 그리는 습작일 수도 , 때로는 행복을 느끼며 위로를 건네는 밤, 슬픔 우울을 표출하는 시간일 수도 있으리라. 밤에 대한 정의는 다르다. 정답은 없다. 예술에도 정답은 없듯이.

 

화가가 사랑한 밤에서는 화가마다 어떤 밤인지 부제를 달아 기억하기 쉽게 갈무리를 해놨다. 미술에 대해 깊게 배우지는 않았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어린아이가 언어를 모르지만 좋은 말, 나쁜 말 구분하듯이 말이다. 관람객은 이 작품은 즐겁고 아름답다, 또 다른 작품을 보고 우울하고 힘들다 등의 감정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밤은 어떨까? 마치 화가들의 작업실에 몰래 들어간 것처럼, 삶과 작품, 그들이 겪었던 상황을 이해하고 한 번 더 보니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꼽아봤다.

 

 

 

아무 일 없이 오늘도 평안하게, 평범한 밤


 

첫 번째는 작가 밀레다. 밀레는 주변 풍경과 소시민을 평범하게 그린 예술가다. 밀레의 그림을 보면 편안하다. 사회 혹은 직장에서 성공을 쫓는 우리의 모습에서 벗어나 조용히 밀레의 그림을 보라.

 

요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처럼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지냈으면 좋겠다고 달에게 빌곤 한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을 알게 되며 바빴던 주변을 느슨하게 하며 조금씩 느리게 살고 있다. 내 앞에 놓인 주어진 길을 묵묵하게 해내는 것 또한 그것대로 특별한 삶이 아닐까 감히 말해본다.

 

밀레의 그림은 평범하지만 삶의 진정한 가치를 전한다.  또한 고흐가 한줄기 빛처럼 존경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고난과 상처를 이겨낸 밤 


 

빛의 거장으로 불린 모네에게는 처음부터 빛나는 꽃길만 펼쳐졌을까? 아니다. 그가 활동할 당시 미술계에서는 신화, 역사, 종교 화풍을 그려야 인정 받을 수 있었다.

 

허나 그는 가난했고, 도와줄이가 없어 큰 절망에 빠져 센강에 몸을 던진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운명, 어쩌면 숙명이었을까. 인상주의 화가들과 후원자들이 모네의 그림을 구입하며 후원해줬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 르누아르가 감정을 다독이며 함께 그림을 그렸다.

 

나는 순간, 찰나라는 말을 좋아한다. 새벽이 지는, 달이 차오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은 영원할 수 없기에 더 가슴에 깊게 남는다. 자연의 빛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던 모네에게 위기의 순간 그를 지지해 준 동료들과 후원자가 없었다면 멋진 작품이 나왔을까? 그의 빛은 고난과 상처를 겪었기에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었다.


 

 

상상은 때론 몽환적인 밤을 만든다 


 

왜 가요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 아닌데 진심으로 불러서 마음에 확 와 닿은적 있지 않은가? 정식 아카데미에서 배우진 않았지만 자신만의 노하우로 하나씩 쌓아온 손맛 일품인 장인의 식당이라든지. 티브이를 켜면 한 번쯤 심심찮게 봤을 것이다.


 

‘자연을 들여다보고 그리는 일만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다’

 

- 앙리 루소

 

 

그래서 더 끌리는 화가가 있다. 바로 앙리 루소다. 나도 앙리 루소의 그림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보고 있으면 기분 좋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그는 따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자유로우며 얽매이지 않고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을 그릴 때만큼 행복한 자신이 좋았으니까.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며 조롱하고 무시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돈을 벌어야 해서 생업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그림을 그렸던 앙리 루소. 앙리 루소의 자유로운 화풍을 알아본 피카소는 그의 그림을 사들였고, 시인 기욤 또한 꿈을 그리는 그를 지지했다. 천진난만하고 아이 같은 루소는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로 인정받았다.


책의 말미 정우철 도슨트가 ‘슬픔을 겪어본 자가 행복도 깊이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한다. 화가들이 그린 밤은 각자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한없이 우울한 사람도 있었지만 기쁨에 가득 찬 사람도 있었고, 우울함을 극복하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밤을 그린 이들도 있다. 화가가 사랑한 밤의 각자 다른 화가들의 모습처럼 우리네 모습도 희로애락이 공존한다. 내게 불행만 온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고, 평범한 일상만 반복한다고 지루할 필요도 없다는 것, 중요한 건 내가 생각하는 밤의 모습 아닐까? 책을 덮고 오늘 밤은 어떤 모습인지 머릿속으로 혼자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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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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