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갤러리 카페 OWL에서 [공간]

여름을 잘 보내는 방법
글 입력 2024.09.2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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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잘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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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추석 연휴가 끝났는데도 무더위는 여전했다. 풍성한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인 건 좋은데 여름의 현실은 찐득하고 습하다. 특히 이번 여름은 더욱 그랬다.

 

우리 집은 에어컨 작동이 안 되서 선풍기로 여름을 견뎌야 했기에 집 대신 도서관이나 카페를 찾는 날이 많았다. 이제 짧은 가을과 동면의 겨울을 맞이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벌써 여름의 막바지인 9월에 지난 길었던 여름을 돌이켜 본다면 우리는 어떻게 여름을 이겨내왔을까?

 

야외에 5분만 나가 있어도 땀으로 샤워하게 된다. 얼굴은 붉게 익고 이마에서 맺힌 땀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이 든다. 선크림은 당연하겠거니와, 땀을 닦아줄 손수건과 햇빛을 가려줄 양산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물론 필자는 이마저도 귀찮아서 뜨거운 태양빛을 그대로 마주한 적이 대부분이다.

 

 

 

밤에 더욱 빛나는 카페 <갤러리 아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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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카페에 자주 갔다. 단골 카페도 있고, 처음 가본 카페들도 있다.

 

여러 카페 중에서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아빠 추천으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방문했던, 공주시 반포면 상하신길에 있는 카페 <갤러리 아울>이다. 카페 이름 그대로 갤러리 카페라 자기, 조각품,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고,전시관 느낌이 나는 조명과 소품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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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아울>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아이들이 편하게 뛰어 놀거나 경치를 보며 여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야외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비록 2층은 중학생부터 이용 가능한 노키즈존이라는 점이 아쉬웠지만, 충분히 1층과 야외 공간도 넓었고 무엇보다 커피나 음료 한 잔 구매하면 갤러리를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아울'은 OWL, 즉 부엉이를 말한다. 카페 이름처럼 <갤러리 아울> 내부에는 부엉이 조형물이 가득했다. 생각해보니 대부분 부엉이는 야행성이다.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는 밤의 시간을 활용하여 먹이를 잡는 등 효율적으로 밤을 보낼 것이다.

 

때마침 <갤러리 아울>에서 읽었던 책 '화가가 사랑한 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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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우철 도슨트의 '화가가 사랑한 밤'을 읽고 서평을 써야하는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책을 읽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갤러리 아울>에 방문했으나 책을 읽으면서 카페와 도슨트님의 책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둘다 사람의 예술적인 감각을 깨운다. 격렬하게 깨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등을 쓰다듬으며 깨워주어 놀라지 않고 편안하게 풍경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손님들도 동행인과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곳은 공부를 하러 오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러 오거나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때 오면 좋을 카페였다.

 

필자가 방문했던 날엔 1층에서 비눗방울을 함께 불던 가족이 있었다. 크기가 큰 비눗방울이었는데, 한번은 우리가 있었던 2층 높이까지 비눗방울이 올라왔다. 유리창 너머의 아이 아버지가 쏘아올린 비눗방울을 마주한 그 순간은 잊을 수 없다.

 

비눗방울이 터져 사라지기 전까지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고, 분홍,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등의 다채로운 색이 비눗방울 모양을 잡아주고 있었다. 잽싸게 사진으로 남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 정도로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비눗방울이 눈앞까지 올라온 순간을 목격한 건 우연 같기도 운명 같기도 했다. 그 점은 참 다행이었다.

 

책 '화가가 사랑한 밤'은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한 페이지에 가득 고유한 향기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책의 내용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다른 오피니언에서 이야기해볼테지만, 날이 어둑해져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하는 저녁에, <카페 아울>에서 정우철 도슨트의 책과 같은 예술 작품들이 담긴 책들을 찬찬히 살피며 낮에 묵혀 두었던 추억을 밤에 하나씩 꺼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양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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