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억' 소리 나는 그림의 비밀 - 그림값 미술사 [도서]

미술 시장을 중심으로 알아보는 미술사
글 입력 2024.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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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얼마짜리 그림이야?


 

어떤 물건의 가치를 확인하기에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가격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이 얼마나 인정받는 작품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쉬운 방법 역시 마찬가지일 테다. 그 그림의 값이 얼마나 나가는지를 알려주는 것.


하지만 예술 작품의 가치를 돈으로 설명하려는 행위는 어쩐지 조심스럽다. 그림의 색채가 얼마나 아름답고, 그림의 구성이 얼마나 독창적인지에 대한 감탄 없이 숫자로 그 가치를 치환하는 화법이 화가에게, 그리고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환영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섭의 『그림값 미술사』는 제목부터 굉장히 도발적이다. 그림값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가격으로 미술사를 설명하겠다는 포부는 담대한 선전포고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미술사 책은 예술사조에 따라 시대의 순서대로 개념과 작품을 제시한다. 미술의 발전과 유행 과정을 설명하기에 제격인 서술 방식이다. 하지만 입문자에게는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너무 생소한 작품이 등장하여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미술사 공부를 부담 없이 시작하고 싶은 미술 입문자들을 위해, 이동섭은 미술사를 재구성하기 위한 색다른 관점을 도입한다.

 

 

 

미술이 아니라 미술 시장


 

이동섭은 미술사를 서술하는 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 미술 그 자체에 대한 탐구보다는 미술 시장이라는 사회적 환경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미술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면 주요 논제는 무엇이 아름다운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이 될 것이며, 미술이론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한편 미술 시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미술에 대한 논의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술 시장은 말 그대로 미술 작품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추상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판매자에 해당하는 화가가 구매자에게 그림을 팔고, 가격이 형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이때 가격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와 판매자의 공급량에 따라 결정된다.


미술 시장에 대한 논의는 미술 이론과 역사뿐 아니라 경제학과 심리학, 언론학 등 다양한 학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무엇이 그림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드는지, 사람들은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으로 초점을 옮김으로써 그림 자체의 미학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작품 밖에 존재하는 요소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 해체라는 파격적인 행동에 대한 찬반 여론, 화가 또는 구매자의 스타성이 책에 제시된 대표적인 외부 요소이다.

 

 

 

미술사가 처음이라면


 

해당 도서에는 그림값을 결정하는 아홉 가지 요인에 따라 다양한 작가의 작품과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작품의 측면(희귀성, 미술사적 가치, 우연한 재발견), 창작자의 측면(스타 화가), 그리고 구매자의 측면(스타 소장자, 투자의 관점, 구매자 간의 경쟁) 등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물건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는 누구라도 느껴보았을 일상적인 경험이다. 그 물건을 가지고 싶게 되기까지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광고 모델, 물건에 담긴 사회적인 의미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며 우리는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이렇듯 이해하기 쉬운 소비 과정을 미술사에 접목해, 미술사가 처음인 사람이라도 그림의 가치가 결정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 바로 『그림값 미술사』다. 별다른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함께 나오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미술사 공부를 위한 첫걸음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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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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