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ure 14. 비긴 어게인 - 끝을 통해 다시 시작하는 우리들

글 입력 2024.09.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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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혹시 여러 번 다시 본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도 몇 영화는 두 번 세 번 보긴 했는데, 주로 각 잡고 다시 본다기보다는, 백색소음처럼 틀어놓고 설렁설렁 봤던 것 같아요.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 있는데 TV 프로그램이 정말 너무 볼 게 없어서 봤던 영화를 또 보거나요. "이 영화는 정말 언제 봐도 명작이다!"라는 생각으로 돌려본 영화로는 <타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Once도, 라라랜드도 못 본 주제에 감히 이번에는 한 번 더 본 '음악'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비긴 어게인>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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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노래를!
 

 

뉴욕의 어느 바.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던 남자-스티브(제임스 코든)-가 갑자기 자신의 친구를 억지로 무대에 세웁니다. 친구의 이름은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그레타는 탐탁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자작곡을 연주하며 부르지만 손님들은 듣는 둥 마는 둥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 딱 한 명이 그녀의 노래에 반응해 주는데요- 바로 댄(마크 러팔로)입니다.


영화는 그날 아침으로 되돌아갑니다. 천재 프로듀서'였'던 댄. 그는 파트너 사울과 함께 음반 레이블을 세웠고 이내 크게 성공했지만, 점차 변화하는 음악 시장으로 인해 뮤지션 원석을 발굴해 가공하자는 댄의 가치관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었어요. 기획도 여러 번 실패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니 결국 당일 해고 통보를 듣습니다. 풀리지 않는 인생에 댄은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계속 술을 마셨고, 그리고 그날 저녁, 우연히 들른 바로 그 바에서 그레타를 만나게 됩니다.


댄은 그레타에게 (이제는 짤린) 회사의 명함을 건네주면서 같이 음악을 만들자고 제안해요. 하지만 진정성 없는, 단순 상업 음악은 만들고 싶지 않았던 그레타는 댄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레타를 붙잡은 댄은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일 아침까지 유예 기간을 얻는 데 성공합니다.


집에 돌아간 그레타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와 함께 찍은 영상들을 돌려보며 과거를 회상합니다. 데이브의 노래가 영화에 삽입되면서 대박을 치게 되고, 두 사람은 뉴욕의 고급 아파트로 들어오게 됩니다. 데이브는 점차 더 잘 나가게 되었고, LA에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오기까지 해요.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출장 기간 동안 쓴 노래를 그레타에게 들려주는데요, 가만히 듣던 그레타는 다짜고짜 데이브의 뺨을 때립니다. 기존과 다른 그의 노래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곡임을 눈치챘거든요. 그레타는 그 길로 아파트를 나와 스티브에게 신세를 지게 되고, 우울해 있는 그레타를 스티브가 억지로 바에 데려오게 되면서 댄과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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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고민 끝에 음악을 만들기로 한 그레타는 댄과 함께 사울에게 가 노래를 들려주지만, 데모를 만들어오라는 말만 듣습니다. 데모를 만들 수 있게 작게라도 도와달라는 요청마저 거절하고요. 하지만 댄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데모는 필요 없어. 그냥 바로 앨범을 만들자. 스튜디오도 뭐도 다 필요 없어.
 

 

그렇게 두 사람은 야외 녹음을 결심하게 되고, 주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임시 크루를 결성하게 됩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COMMENT


 

<비긴 어게인> 영화는 제가 여태 작성한 영화들(화양연화, 로봇 드림, 가여운 것들) 중 유일하게 한 번 더 본 영화예요. 차후에는 아마 여러 번 본 영화가 올라올 수도 있겠죠? 사실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메가박스에서 오리지널 티켓을 준다길래(..) 겸사겸사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회상해 보고자 보고 왔어요. 역시는 역시나, 10년이 지난 뒤에 봐도 너무나 좋은 영화예요.


이 영화는 액션도 없고 코미디도 많지 않아서 솔직히 재밌는 영화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으레 그렇듯 음악 영화가 굉장히 지루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 이 영화는 다르다고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요.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 너무 어렵지 않게 보이는 인물 간의 감정선과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귀가 즐겁거든요.


여담으로 제 인생의 가장 첫 음악 영화는 어거스트 러쉬였습니다. 프레디 하이모어가 너무 귀여웠는데 말이죠.


다시 <비긴 어게인>으로 돌아와서. 저는 이 영화가 정말, 가장, 최고로 맘에 들었던 이유는 바로 뻔한 로맨스가 없다는 점이에요. 영화를 보다 보면 왠지 댄과 그레타가 꼭 연인으로 발전할 것만 같습니다. 댄의 경우 아내가 바람을 펴서 관계가 소원해졌고, 그레타도 데이브의 바람으로 헤어졌으니 두 솔로(한 명은 애매하지만)가 사랑을 꽃피울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정확히 그 선을 지켜요. 영화 막바지에 데이브는 그레타에게 반드시 이번 주말 공연에 와달라 부탁하고, 그레타는 결국 공연을 보러 갑니다. 약간의 그리움도 있었을 것이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생각도 있었을 거예요. 거기서 데이브는 그레타가 자신에게 선물해 준 Lost Stars 곡을 편곡 없이 기존대로 부르다 후반부에 가선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못 이겨 결국 편곡 버전으로 부릅니다. 이를 조용히 보던 그레타는 결국 눈물을 훔치면서 공연장을 뜨고요. 둘의 사랑이 결국, 완전하게 끝나버리고 맙니다.


인 듯, 아닌 듯했던 댄과의 사이도, 그레타가 그에게 주었던 듀얼잭을 다시 되돌려주면서 관계가 명확해집니다. 듀얼잭을 돌려받은 댄의 표정이 참 알기 어려워요. 아쉬움, 허탈감, 역시나, 짐작컨대 등 여러 복잡 미묘한 감정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자신도 이 감정과 관계를 명확히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었을 겁니다.


음악에 있어서 서로는 분명 최고의 파트너였지만, 거기까지였던 거죠. 꼭 반드시 사랑이 있어야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결심하고, 깨닫고, 성장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둘은 상실감에 멈춰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이렇듯이 댄과 그레타는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의 존재였는데요. 저는 그레타가 조금 더 강했다고 생각해요. 댄은 사이가 소원해졌던 부인과 다시금 가까워졌고, 그 기간 동안 함께 멀어졌던 딸과도 다시 잘 지내게 되었거든요. 그레타가 댄의 딸 바이올렛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남자를 꼬실 수 있도록(..) 센스와 옷도 골라주고, 자신의 야외 공연에 초대까지 해주는데 어떻게 그레타 그녀가 사랑스럽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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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르의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비긴 어게인> 영화가 맘에 드실 거라고도 생각해요. 음악 영화답게 많은 노래가 등장하기도 하고, 댄과 그레타가 이어지게 되는 구실점도 음악이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새롭게 알게 된 누군가도 똑같이 좋아하고 있었다면, 그만큼 도파민이 솟는 것도 없잖아요? 어딘가 밖으로 나갈 때 반드시 이어폰을 챙기는 민족이니만큼, 극 내에서 보여주는 음악을 통한 소통을 모두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제목도 맘에 들어요. 비긴 어게인, 다시 시작하다. 참으로 직설적이고, 역설적이거든요. 댄의 사랑은 다시 시작되었지만, 그레타의 사랑은 완전히 끝이 납니다. 댄은 그레타와 함께 만든 앨범을 단 1달러에 구매할 수 있도록 웹에 올리면서 다시 한번 음반사와 척을 지게 되지만, 데이브로 인해 그동안 가려졌던 그레타의 음악은 다시 시작되었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듯이 말예요.

 

 

 

OUTRO


 

<비긴 어게인> 영화가 토론토 국제 영화제 상영 당시에는 제목이 <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Can a song save your life?)>였다고 해요. 솔직히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보면 이전 제목이 틀리진 않았습니다. 사실 맞아요. 노래로 구원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비긴 어게인'으로 바뀐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포스터가 망친 대작 영화(김씨 표류기, 지구를 지켜라!, 끝까지 간다)가 있듯이, 왠지 바뀌기 전 제목으로 상영되었다면 왠지 관객수가 너무 적었을 것 같아요.


추석 휴일은 지났지만 이번 주말에 한가로이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비긴 어게인>을 추천합니다. 보고 나시면 다음 주 출근 플레이리스트에 Lost Stars가 들어가 있을 거예요.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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