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개 숙인 수줍은 미소, 브로큰티스를 만나다. [음악]

인디로운 음악생활 #2
글 입력 2024.09.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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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동경’ 해본 적이 있는가.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가고픈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꼭 있다. “왜 난 저 사람처럼 되지 못할까”라며 스스로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열심히 살아갈 동기를 얻기도 한다.


브로큰티스(BrokenTeeth)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 밴드 동아리 시절. 바로 옆  통기타 동아리에서 ‘슈게이징’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락을 듣는 사람도 찾기 힘든데, 무려 슈게이징이라니.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슬로다이브(Slowdive) 등 슈게이징 밴드들의 팬이었던 나로선 호기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필자도 인디 음악계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늘 어깨너머 훔쳐보던 브로큰티스는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동경의 대상이다. 가깝지만 멀었던 브로큰티스를 지난 금요일 만났다. 묵은 팬심을 애써 숨기며 나눈 이야기를 잠시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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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린 캐릭터라고 한다.

 

 

Q: 활동명이 ‘브로큰티스(BrokenTeeth)’인 이유가 있나요?


브로큰티스: 치아 하나를 떼웠어요. 초등학생 때 넘어져서 부러졌거든요. 이게 자라면서 가끔씩 빠진대요. 21살 때 마지막으로 빠졌어요. 동아리 사람들이 보고 엄청 놀렸죠. 브로큰티스라고. (웃음)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여쭙습니다.


브로큰티스: 거창한 건 없습니다. 20살 때, ‘통해’라는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기타를 처음 잡았어요. 좋아하던 음악들로 무대에 서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근데 이제 하다 보니 점점..


공통분모이기도 한 동아리 이야기로 우린 한참 웃음꽃을 피웠다. 브로큰티스의 음악 인생에서, 동아리 활동은 꽤나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브로큰티스: 그때는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했던 것 같아요. 좋게 말해서 창의적인? 편곡들을 시도했던 것 같아요. 내 고집이 무엇이었으며, 어떤 걸 가져갈 만한지.. 이런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죠.


 

Q: 그러다 언제쯤 일이 벌어졌구나 싶으셨는지?


브로큰티스: 페달보드를 산 시점인 것 같아요. 지금도 제 사운드 세팅의 많은 부분은 당시 보드에 기초하고 있어요.

 


Q: 브로큰티스의 사운드를 설명한다면?


브로큰티스: 불싸조라는 밴드를 처음 듣고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듣자마자 꽉 차는, 그러면서도 입자감이 거칠지 않은…


 

Q: 또 영향 받은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브로큰티스: 더스터(Duster), 조월…!


이야기를 멈추고 그는 작업실 한켠에 선반을 뒤지기 시작했다. 벽 한쪽을 가득 메운, 비닐도 뜯지 않은 앨범들이 눈에 띄었다. 하나하나 질문을 던질 때마다, 추천곡이 쏟아졌다. 가진 음반들을 얼마나 애정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브로큰티스: 앨범은 빚을 내서라도 사셔야 합니다…


학자들의 방이 책으로 가득하듯, 뮤지션의 방은 앨범으로 가득했다. 사실 필자는 앨범을 사본 기억이 많지 없다. 요즘 좋은 음반을 만들고자 며칠 밤을 세워가며 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난 아직 배울 만한 명반들을 손에 잡아보지도 못했구나. 잠시 음악을 하고 있음에도 실물 앨범에 관심 갖지 않았던 나를 반성했다.


 

Q: 독자 여러분께 추천곡을 남겨주신다면?


브로큰티스: 조월의 ‘같은 마음’을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Q: 그렇다면 본인 노래 중 가장 아끼는 노래가 있다면?


브로큰티스: ‘138’. 구성이 마음에 들어요. 특히 가사가요. 저만 알고 있는 수수께끼를 많이 던져놓았어요. 누군가는 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쓴 가사인지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렇다고 직접 설명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Q: 가사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브로큰티스: 저는 순간의 감정을 확장시키는 편입니다. 어느 한순간의 감정을 가지고 뻗어나가는 걸 좋아해요. 영감의 시작이 제 경험이나 상황에 발을 걸치고 있어서… 그래서 다들 소중한 곡들이에요.


 

“언제나 가리려 한 고개 숙인 수줍은 미소를” - 138 중

 

 

브로큰티스가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있는 가사를 꺼내보았다. 온통 자기 이야기로 가득한, 그의 음악세계에는 지도가 없다. 마치 해설이 없는 문제집이랄까. 이 점이 브로큰티스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듣는 순간, 가사 그대로를 화자가 아닌 듣는 자신에게 맞추어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핑계로, 필자는 가사에 숨겨둔 뜻을 듣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 브로큰티스를 들을 여러분을 위해, 나만 알고 있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더욱 스스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노래 몇 곡을 추천한다. ‘당신의 사랑이 늘 행복하기를’, ‘해는 지고 있는데’, 그리고 ‘138’을 꼭 들어보길 바란다.

 

 

 

 

 

 

Q: 오랜만에 라이브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브로큰티스: 8개월 만이죠. 저는 공연을 재밌어하는 편이라 막 긴장을 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끼리 즐거워야 보는 사람도 즐거워하지 않을까요.


 

Q: 공연자로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브로큰티스: 페스티벌 이런 건 당연히 해보고 싶죠.. 큰 무대가 주는 아드레날린이란 게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보다 작은 공연장에서 꾸준히 하고 싶어요.

 


Q: 그렇다면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브로큰티스: 사실,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것들은 다 도달한 것 같아요. 앨범도 만들어봤죠. 온스테이지에도 출연했고요. 너무 좋은 기회로 제가 존경하는 분들과 같이 공연을 해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루고 싶은 건 없지만 이제는 2회차 플레이 같은 거예요.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고 해야 할까요.


 

Q: 내려놓았다는 게…?


브로큰티스: 물론 더 잘해야죠. 그런 점에서는 되게 무거워요. 앞에 했던 것보다는 당연히 더 잘해야 하지만, 홀가분한 느낌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은 제게 삶이에요. 이렇게 그냥… 계속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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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EP ‘편지’로 데뷔한 브로큰티스는 이제 다음 챕터를 막 열고자 한다. 그 시작은 팬들과의 만남이다. 오는 9월 21일 토요일, 홍대 벨로주에서 단독 공연을 가지며 발전된 사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9월 25일 정오, ‘Innocence and Flood’라는 이름의 싱글 2곡이 발매를 앞두고 있다. 가을 초입에도 여름의 더위가 가시지 않은 요즘이다. 그의 신보가 몰아치는 ‘홍수’처럼, 지난 계절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기를 맞이하도록 해주지 않을까.


이번 만남으로 우리는 더욱 친해졌을지 모른다. 앞서 필자는 브로큰티스를 ‘동경’해왔다고 언급했다. 사심을 채우는 동시에, 그 이유 역시 알 수 있었다. 바로 음악을 대하는 ‘순수함’이다.


브로큰티스는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꿈꾸는 무대를 이미 거쳐갔다. 더 높은 무대, 또는 권위 있는 상을 바랄 수도 있겠지만, 그는 앞으로의 음악만을 바라보고 있다.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대중으로서 브로큰티스의 행보를 더욱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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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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