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광야의 naevis 데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음악]

naevis debut in real world
글 입력 2024.09.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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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SM의 버추얼 아티스트, naevis(나이비스)가 지난 9월 10일 데뷔를 알렸다. 데뷔곡 ‘Done’을 통해 세상에 첫 발걸음을 뗀 naevis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정교했고,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최근 폭발적인 연출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에스파의 ‘Armageddon’ MV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완전히 결이 다른 느낌에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크기변환]nævis 나이비스 'Done' MV 2-2 screenshot.png

 

 

사람 같은 피부결, 사람 같은 눈동자, 사람 같은 움직임. MV 속에 나타난 naevis의 모습은 진짜 SM 사옥 안에 실제로 저렇게 생긴 인물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리얼리스틱했는데, SM이 얼마나 기술의 발전과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일종의 광기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러한 시각적 충격에 힘입어 대체 naevis는 어떤 존재인지 찾아보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찾아본 바에 의하면 naevis는 과거 이수만 전 대표가 추진했던 SMCU, 즉 SM Culture Universe 프로젝트의 포문을 열며 세상에 나온 aespa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존재다. 탄생은 1991년, WWW이 개발된 시기에 naevis도 만들어졌고, KWANGYA에서 리얼 월드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지내왔다고 한다. 이와 같이 태어난 게, 바로 aespa의 노래에 몇 번이고 등장한 Black Mamba다.

 

SM의 이러한 세계관 설정 능력은 꽤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EXO의 초능력 세계관을 한 번이라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들은 확장되고 연결되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SMCU고, SM만의 독특한 기조가 되었다.

 

아무튼 이러한 배경지식을 습득하며 ‘Done’ MV를 보는 동안 끊임없이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SM의 순수한 도전정신과 이 거대한 세계관의 끝은 어디일지, 이 naevis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싶은 바는 무엇인지, 과연 naevis라는 존재가 앞으로 문화 산업계에 불러올 바람은 또 무엇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크기변환]img_artwork-9-origin.jpg

 

 

사실 문화 예술 산업계에 있어서 naevis의 등장만 따지자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naevis와 궤를 같이 하는 프로젝트는 많았다. naevis를 보고 누군가는 과거의 사이버 가수 ‘아담’을 떠올릴 수도, 일본의 ‘보컬로이드’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최근에는 버추얼 아바타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버추얼 유튜버와 아이돌도 여럿 생겨나기 시작했으므로 사실 버추얼 아바타의 활동은 새롭지만은 않다.

 

그러나 naevis를 보고 사람들이 놀라는 지점은, 실제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정교한 그래픽과 자연스러운 모션, 그리고 절묘하게 결합되어 나타나는 예술과 기술의 시너지에 있다. 또 인위적이지만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지지 않게 만들어져 이 대상을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고 놀라는 것도 있다.

 

이러한 naevis는 실존하는 아티스트일까, 혹은 그저 메시지가 되고자 만들어진 일종의 미디어에 불과할까. 그리고 대중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개인적으로 naevis에게 붙은 버추얼 아바타가 아니라 버추얼 아티스트라는 이름은 묘하게 그에게 인격이 부여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럼 naevis는 aespa의 직장 동료라도 된 걸까?

 

naevis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순수한 버추얼 아바타이기에 인간과 똑같이 작업할 수도, 연습을 할 수도 없다. 그럼 SM은 이 naevis에게 곡과 Youtube 단독 계정을 만들어주면서까지 왜 데뷔를 시킨 걸까. 아주 단편적인 이점이야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naevis는 가상의 인물이기에 원하는 이미지에 걸맞은 인물을 찾기 위해 굳이 전국 곳곳을 뒤질 필요도 없고, 노래와 춤 연습을 시킬 필요도 없으며, 일거수일투족이란게 없으니 뉴스 사회면에 나올 일도 없다. 매니지먼트 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셀럽은 없다.

 

또 이수만 전 대표가 과거 인터뷰에서 말했던 내용처럼, 셀러브리티와 로봇의 시대가 된 지금 naevis와 같은 셀럽들은 시대에 너무나도 딱 맞는 인재상이다.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한발 더 앞선 진취적인 이미지,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미묘한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기에 대중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한다. 이름하여 ‘스타성’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스타성’을 가졌지만 ‘스타’는 아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인격체로 볼 수는 없다. 그러니 인권이 부여될 수도 없다. naevis가 세상 어디에선가 악의적으로 쓰이더라도 저작권 침해이지 인권 침해로 그를 보호할 수는 없다. 또 즉각적인 소통도 불가하며 데뷔하기까지 쌓아 올린 노력의 서사를 말할 수도 없다.

 

나는 naevis의 뮤직비디오, 움직임, 자연스러운 표정까지 보며 새로운 셀럽의 탄생이 이루어지나 싶었지만 결국 여기서 naevis를 인격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두 측면은 전혀 다른 측면인 것처럼 보이나 미묘하게 연결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 naevis의 팬이 된다면 그를 하나의 인격체는 아니더라도 그만큼 소중하게 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SM은 naevis를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그리고 대중들은 그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처음은 낯설지라도 이내 aespa를 받아들인 것처럼 naevis 또한 받아들일 수 있을까. K-POP에 불어올 새로운 바람과 시도들을 기대해 본다.

 

 

 

김민정.jpg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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