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성장 만화의 다정한 매력 -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만화]

글 입력 2024.09.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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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미국 웹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이가야가 태권도를 배우며 변화하는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이다. 2013년 11월 6일부터 2016년 3월 9일까지 연재되었고,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호평이 업데이트되는 웰메이드 작품이다. 내게는 성장 만화의 매력과 따뜻함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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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에서 가야는 우울감에 충동적으로 연차를 쓰고 산책한다. 이방인으로 사는 삶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걷다 우연히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이라는 이름의 태권도장을 발견한다. 내내 한국의 가족과 음식을 생각하다 만난 태권도장에 홀린 듯이 들어간 가야는 마스코트 고양이 프로이드를 보고는 덜컥 등록을 해버린다.


한국에 대한 향수나 소속감 같은 것들이 아닌 고양이를 보고, 라는 이유는 깊이는 없을지언정 공감이 된다. 어쩌다가 한 결정들이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주기도 하니 말이다. 시작은 가벼웠지만 가야는 점차 화랑관에, 미국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만화는 그런 가야의 여정을 찬찬히 따라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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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사람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의 주인공은 가야지만 도장 구성원들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조명한다. 재밌는 점은 첫인상이 이상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 적다는 점이다. 킥복싱 강사 클라우디오는 막무가내에 고집이 센 사람처럼 그려지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의리 있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화랑관에 새롭게 나타나는 인물들도 처음에는 오해를 사거나 조금은 얄미운 구석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만화는 모든 인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준다. 보이어 관장의 묵묵하고 진심 어린 지도와 이에 수련생들이 차츰 변화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부끄러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내가 되는 연습


 

가야는 첫 승급심사를 위해 태극 일장을 연습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실하고 단정한 태도가 보인다. 승급심사 과정은 수련자가 태권도를 대하는 자세임과 동시에 인생에 대한 태도를 투영하는 듯하다. 가야는 매주 3회씩 수업을 듣고 남아 연습을 하고, 주말에 공원에 나가 홀로 또 연습한다. 분명 처음에는 부족한 운동신경에 주눅 들었지만, 그 노력은 동작 하나하나에 드러난다.


또한 가야의 성장이 주변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점점 나타난다. 기본기와 품새를 무시하던 마이클과 갑작스럽게 겨루기하게 되자 가야는 예상을 뒤엎고 이긴다. 이 일은 그가 꾸준히 쌓아온 연습의 증거이자 타 수련생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 마이클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장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출석하기 시작하고 가야를 무시하던 대학 동기 페니도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을 연기하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집중하기에 드러나는 욕망이다. 하지만 결국 가짜는 무너지기에, 우리는 결국 그 성실함에 굴복하고 매료된다. 그렇기에 가야의 고군분투는 자꾸 눈이 간다.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며, 그 성실함을 배우고 싶어진다. 과정에서 비로소 내가 되는 모습을, 그를 통해 본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성장의 힘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보고 나면 내가 함께 수련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야는 대학 시절부터 교수의 제안으로 단독 발표를 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하지만 태권도를 배우며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장하면서 그의 능력은 빛을 더욱 발한다. 회사 동료에게도 마음을 열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말미에는 과거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사원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단행본으로는 6권, 연재 기간 약 3년 반 만에 가야는 더 단단한 어른이 되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신이 이곳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의기소침했던 시간을 넘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까지. 가야의 여정을 함께 걸었던 독자들이 이 수미상관에서 읽어내는 메시지는 깊다.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책임지는, 어두운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어른의 모습을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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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이 좋았던 점은 모든 것을 진지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방인으로서 느꼈을 외로움을 다루지만, 그것에 매몰되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화랑관의 사람들과 회원들의 서사를 길게 풀어내며 사이사이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독자들도 이 관계에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화랑관 속 인물들은 정직하다. 꼼수 없이 연습하고 늘 최선을 다하며 서로 돕는다. 어쩌면 유토피아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잊은 가치이지 않을까. 어린 시절에는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잊어버린 것들이 생각난다. 함께 기대어 살아가는 것. 솔직한 것.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끝까지 그 기준을 지키는 이들은 매력적이다. 마치 조미료 팍팍 들어간 배달 음식을 먹다가 집밥을 먹은 것처럼 슴슴하지만 계속 찾아보게 된다. 내게는, 이 만화 속 세계가 그렇게 느껴졌다.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가득한 요즘,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읽으며 힐링해 보기를 추천한다. 쌀쌀해지는 가을에 마음을 데우기 제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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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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