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그림값 미술사 [도서]

글 입력 2024.09.2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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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그림들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비싼 그림들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미술’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 중 유독 많지 않은 것이 ‘그림값’에 대한 이야기다. (중략) 그림값이 결정되는 미술 시장은 미술사, 경제학, 역사학, 심리학 등 종합적인 요소가 반영되는 곳이다. 이 책에서는 미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9가지 요인과 함께 그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 책 소개 中

 

 

그림값미술사_표1.jpg

 

 

언제나 어려운 문화예술 분야가 있다. 내게는 클래식이 그렇고, 다음으로는 전시가 그렇다. 전시 중에서도 순위를 매기라면 첫 번째가 조각이요, 다음이 회화, 즉 그림 분야다.

 

약 5년 전, 유럽 여행을 갔을 당시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미술관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아무 감흥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잠시,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작품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전 세계 대표작들을 감상한다는 기대와 더불어 도슨트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가능했을 것이다.

 

거리감 때문일까, 내게 있어 그림은 닿을 수 없는 예술, 어쩌면 조금은 성스러운(?) 분야로 여겨지기도 한다. 작법 학원도 다닌 만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작품 한 편 내놓을 수 있는 글쓰기 분야와 달리, 나의 저주받은 손은 유치원 시절 이후로 그림과는 연이 없었기 때문일까.

 

이러한 그림을 ‘그림값’으로 다루는 책은 제목부터 신선하게 다가왔다. 때로 뉴스나 기사에서 유명 작품이 수백억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을 볼 때마다 대체 그림의 가치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어떠한 부자들이 무슨 연유로 구입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컸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머릿속에 남은 한 가지는, 그림에 담긴 예술적 가치는 어느 정도 상업적 가치와 연결되나, 화가가 의도하지 않은 그림의 ‘스토리’ 또한 그림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미술사에서 좋은 화가는 미술사적 가치가 뛰어난 화가이나, 미술 시장에서 좋은 화가는 투자자에게 돈을 많이 벌어주는 화가이다”] - 본문 中

 

그렇다면 그림의 스토리는 어떻게 담기는 것일까? 화가가 그림을 그릴 당시 화가가 겪은 상황, 모델과의 사연 등도 포함되겠지만, 화가가 미처 의도하지 않은 스토리는 시대적 상황과 소장 이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혹 그림 경매에 관한 기사를 읽다 보면 이 그림은 대체 무슨 의미이길래 이토록 비싼 가격에 낙찰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차오를 때가 있다. 특히 현대 미술 작품에서 심심찮게 보이곤 하는데, 이러한 의구심은 역시 나만 가진 것은 아니었나 보다.

 

1950년 마크 로스코가 그린 <화이트 센터>, 이 그림은 2007년 한화 약 950억 원에 낙찰되며 로스코를 ‘세상에서 가장 비싼 현대 화가’로 등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그림에는 사람도, 동물도, 심지어는 사물도 없다. 그저 여러 가지 밝은색으로 사각형이 슥슥 칠해져 있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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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화이트 센터>

 

 

해당 그림은 로스코가 색의 힘으로 현대인들의 영혼을 치유하고자 한 ‘색면 추상화’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이 다른 색면 추상화 작들보다 3배 이상 비싸게 팔린 이유는 대표작이어서일까? 물론 이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른바 ‘스타 작가의 스타 작품’으로 화가의 후광을 그대로 받았기 때문이다. 마치 유명 가수가 신곡을 내거나 스타 작가가 차기작을 집필하면 작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주목을 받는 것처럼.

 

하지만 이 그림에 담긴 가치는 그뿐만이 아니다. ‘스타 작가의 스타 작품을 스타가 소유했다’는 추가 전제가 붙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그림은 뉴욕 현대 미술관 설립에 큰 기여를 한 록펠러 가문의 소장작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되짚어보면, 몇 년 전 삼성 故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 즉 ‘이건희 컬렉션’ 전시 열풍이 떠오른다. 해당 전시는 기증 규모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세기의 기증’이라 불렸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삼성 회장의 소장품이어서였다.

 

추앙받는 사람이 소장한 작품은 특별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작품을 단순 감상이 아닌 실제로 ‘소유’하게 되면 나 또한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결국 그림이라는 예술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인 만큼, 널뛰는 그림값 또한 사람들의 마음, 즉 심리가 만들어낸 현상은 아닐까.

 

[“시장은 스타가 있어야만 유지되니, 시장에서는 늘 새로운 스타를 원한다.”] - 본문 中

 

그림이라는 ‘예술’이 아닌, 그림값이라는 ‘시장’을 바라본다면 그림을 관람하는 새로운 시각이 형성될지도 모를 일이다.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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